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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2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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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고의 투수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삼성 임창용(26·사진). ‘포스팅 시스템’에 참가했다가 65만달러(약 8억원)라는 충격적인 입찰가가 나오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된 그의 향후 진로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리그에 참가했다가 26일 귀국하는 임창용의 앞에 놓인 4가지 시나리오를 짚어본다.
▽기아행〓가장 가능성 높은 방안이다. 임창용은 ‘친정팀’인 기아에서 뛰고 싶어한다.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부재를 절감한 기아에 임창용의 가세는 ‘천군만마’와 같은 힘이 된다. 문제는 트레이드 카드. 최근 삼성 김응룡 감독은 기아 김성한 감독에게 “생각이 있느냐”고 넌지시 운을 뗐다. 김성한 감독은 “김진우만 빼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가능하다”고 화답했다. 김응룡 감독은 “김진우는 왜 안 되느냐”고 실망스러워했지만 나이, 장래성, 팀의 상징성을 감안하면 기아 입장에서 김진우는 내주기 어려운 형편. 김성한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이 구단과 상의해 전화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기아 아닌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제주에서 팀 훈련중인 김응룡 감독은 24일 전화통화에서 “(임창용은) 이미 마음이 떠난 선수 아니냐. 내년 시즌 전력에서도 제외한 상태”라며 “본인도 삼성을 떠나고 싶어하는 만큼 카드만 맞으면 트레이드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항간에 내가 떠나보낼 생각도 없으면서 선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쇼’를 한다고 하는데 이 나이에 내가 ‘쇼’를 하겠느냐”며 “선발급 젊은 투수를 받아들인다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말했다. 임창용이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구단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많은 제의가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두산 진필중과의 맞트레이드〓두산 진필중도 ‘포스팅 시스템’에 도전했다가 어처구니없는 금액(2만5000달러) 때문에 실패해 임창용과 입장이 똑같다. 하지만 맞트레이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두산 곽홍규 단장은 “전혀 생각해본 바 없다. 임창용은 두산의 팀 컬러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응룡 감독도 “나이도 많고 내년이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지 않느냐”며 회의적인 반응.
▽삼성 잔류〓임창용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 칼을 뽑은 뒤 무도 못 자르고 칼집에 도로 넣는 격이다. 의욕이 생길 리가 없다. 하지만 트레이드마저 여의치 않다면 잔류 외엔 방법이 없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