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204…몽달 귀신 (6)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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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돌아오나?” 우근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돌아오고말고” 인혜의 목에서 나온 목소리는 탁하고 가칠했다.

“안 돌아오면?”

“꼭 돌아온다” 인혜는 억지로 미소지으면서 감 껍질을 벗겼다.

대체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별탈 없이 돌아오면 좋겠지만, 무슨 일이 생긴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대체 무슨 일이? 밤을 줍다가 발이 삐어 걷지 못하는 것일까. 기둥 시계가 찰칵 소리를 내며, 땡, 하나… 땡, 둘… 땡, 셋… 땡, 넷… 땡, 다섯… 땡, 여섯… 땡, 일곱… 일곱 시, 일곱 시다! 캄캄한 숲 속에서 덜덜 떨면서… 울면서… 그 아이는 굉장히 겁이 많은데! 인혜는 껍질을 벗기던 감을 접시에 내려놓고 감물로 눅진한 손바닥을 앞치마에 닦았다.

“나가 보자”

이렇게 느릿느릿 걸어서야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인혜는 배다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달도 별도 뜨지 않았으니, 내일은 틀림없이 비가 올 텐데, 비가 오기 전에 얼른 찾아야지. 거뭇거뭇한 강물을 쳐다보다가, 혹 강에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우근의 손을 꽉 잡고 말았다.

“아픕니다”

“아이고, 미안타”

손에서 힘을 빼는 순간, 뭔가가 목덜미에 휘감기는 듯한 감촉에 몸을 떨었다.

“와 그라는데요?”

“아무것도 아이다” 코를 찌르는 냄새가 콧구멍 가득 퍼져 있다. 아마도 이것은, 공포의 냄새다.

“와요?”

“아무것도 아니야” 자기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허망하게 울린다.

누군가 보고 있다. 돌아보자, 계단 위에 사람이… 둘…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가 둘… 손을 잡고 있다… 소원이? 소원이하고 닮았다….

“와요? 누가 있어요?”

“아니, 누나 찾으러 가자”

영남루 쪽으로 사라져간 하얀 그림자를 쫓아 인혜는 우근의 손을 잡아당기며 돌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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