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韓-러 우주개발 新동반자로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7시 04분


내년 여름에 ‘과학위성1호’를 발사하게 될 러시아의 ‘코스모스-3M’ 로켓.
내년 여름에 ‘과학위성1호’를 발사하게 될 러시아의 ‘코스모스-3M’ 로켓.
한국은 그동안 미국의 우산 아래 로켓과 위성 등 우주기술을 익혀왔다. 그러나 한국이 최근 액체로켓 발사에 성공하고 자력 우주 개발에 뛰어들면서 ‘자의반 타의반’ 러시아가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14일 과학기술부는 “아리랑2호와 과학위성1호의 핵심 부품을 제공한 미국의 반대에 부딪쳐 애초 중국과 인도의 발사체로 쏘아 올리려던 두개의 위성을 모두 러시아에서 발사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고 공개했다. 과기부는 또한 “빠르면 이 달 중 한국과 러시아가 체결할 ‘우주개발협력협정’에 따라 러시아 로켓 기술의 한국 내 이전도 가능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이 2005년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하는 데 쓰이게 될 발사체는 러시아가 핵심기술과 부품을 제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아리랑2호는 2282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국제 수준의 해상도 1m급 정밀관측위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아리랑2호를 중국의 ‘장정’로켓에 실어 발사하기로 이미 3월에 계약을 체결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이를 파기하고 9월 러시아·독일 합작회사인 유로코트사와 발사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이에따라 아리랑2호는 대륙간 미사일인 SS-19를 상업적 발사서비스를 위해 개조한 ‘로코트’ 3단액체로켓에 실려 2004년 11월 러시아 플레체스크에서 발사된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 집권 뒤 중국에 대한 자국의 수출규제규정인 ITAR(International Traffic in Arms Regulations)을 강화해 아리랑2호에 쓰일 관성항법장치 등 8개의 미국산 부품이 중국에 갈 경우 수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센터과 함께 개발한 ‘과학위성1호’도 인도의 PSLV 발사체로 쏠 계획이었나, 미국이 인도도 ‘불량국가’라며 부품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계획보다 1년 늦은 내년 여름 러시아 플레체스크에서 ‘코스모스-3M’ 로켓에 실어 발사하게 된다. 문제가 된 위성의 부품은 미국 버클리대와 공동 개발한 원자외선분광기이다.

인공위성연구센터 이현우 박사는 “미국과 프랑스 로켓의 발사 비용은 인도나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 비해 10배나 비싸 러시아 로켓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달 발사한 액체로켓(KSR-Ⅲ) 개발 과정에서도 미국 기업과 4개 부품의 수입 계약을 맺었으나, 미국 국무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국산화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위성 발사 목적으로 개발 중인 액체로켓도 ‘한·미 미사일 협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해왔고 지난해 9.11 테러 직후 대덕의 항공우주연구원에 사찰단을 보내기도 했었다.

한국의 자력 우주 개발 성공 여부는 2005년 ‘과학위성2호’를 쏘게 될 우주발사체(KSLV-Ⅰ) 개발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발사체는 무게 130t, 높이 32m의 대형 액체로켓이어서 우주 선진국의 도움이 없이는 개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은 오랜 대미 협상 끝에 로켓 개발의 장애물이 돼온 ‘한미 미사일 협정’을 지난해 개정해 상업적 목적의 로켓 개발이 무제한 가능해졌다. 이어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도 가입해 미국 러시아 유럽 등 가입국으로부터의 로켓 부품과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지난해 2월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의 우주개발 참여 의사를 밝힌 이후 과기부 차관과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가 러시아에 가 ‘우주개발협력협정’ 체결과 러시아 로켓 기술 도입 계약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한국은 82년 미국의 압력에 따라 신군부가 미사일 개발팀을 숙청해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2400여명 중 800여명이 해직되면서 로켓 개발의 ‘암흑기’를 맞았다. 하지만 98년 북한의 위성 발사 충격 이후 한국도 민간용 액체로켓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지난달 발사에 성공했고, 군사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한 러시아가 새 협력 파트너로 등장함으로써 한국에 우주 개발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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