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핵무장 망령 되살아났다

  • 입력 2002년 12월 13일 00시 39분


북한은 어렵게 도출한 국제적 합의로도, 연민의 정을 담은 따뜻한 지원으로도 변하게 할 수 없는 집단임이 확인됐다. 핵시설의 가동과 건설을 재개하겠다는 북한의 발표는 한반도 시계를 199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며, 제네바 기본합의를 공식적으로 무효화해 핵무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해당한다.

북한은 전력생산을 위해 핵시설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핵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다 94년 핵위기를 초래한 전력(前歷) 때문이다. 그래서 핵발전소 가동은 불행하게도 플루토늄 재처리 재개라는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북한은 미국의 중유공급 중단을 구실로 내세웠으나 책임전가일 뿐이다. 제네바 기본합의를 깬 것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이고 북한은 이를 시인하지 않았던가.

북한 화물선 나포에서 확인된 대로 북한은 끊임없이 미사일을 수출해왔다. 고성능 미사일에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은 오히려 8년 전보다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남한 정부는 그동안 현금과 각종 지원을 통해 북한의 준비를 도와준 꼴이 됐다.

북한의 결정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의 압력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양측의 대결이 결단코 무력충돌로 비화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과 미국 모두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우리의 대북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모든 대북 협력사업도 당장 재검토되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햇볕정책 자체가 재점검 대상이다. 이런 판에 선거판에서 대북문제가 감상적으로 취급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북한의 행보를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는 후보는 유권자의 지지를 못 받을 것이다.

또다시 북한의 돌출 행동에 맥없이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목표로 삼고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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