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건원, 에이즈보균자 살인현장 책임떠넘기며 7일째 방치

  • 입력 2002년 12월 12일 19시 35분


에이즈 보균자가 살해된 현장을 경찰과 보건당국이 7일째 책임을 떠넘기며 방치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에이즈 보균자 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중랑경찰서는 12일 피의자 조모씨(25·무직)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지만, 에이즈 보균자의 피가 흥건한 사건 현장에 대해서는 보건당국의 협조가 없어 치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피해자 홍모씨(42·악사)가 살해된 서울 중랑구 묵2동 현장을 처음 방문한 경찰은 시신을 수습하다 약병을 통해 피해자가 에이즈 환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일부 경찰은 장갑을 끼지 않은 상태여서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국립보건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현장에 나와보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국립보건원측은 이에 대해 “상처로 감염되지 않으면 에이즈 환자의 피는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통보했다”며 “현장에 나와달라는 요청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건 현장의 한 주민은 “6일에는 단순한 살인사건인 줄 알았다가 다음날부터 에이즈 보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계속 불안했다”며 “13일경에야 보건소에서 나와 소독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6일 오전 7시께 중랑구 묵2동 홍모씨의 집에서 홍씨의 얼굴 등 온몸을 20여차례에 걸쳐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목걸이와 현금, 신용카드 등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탈한 혐의다.

경찰은 두 사람이 약 20명의 다른 동성애자와 성관계를 맺어온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에이즈 감염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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