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적과 나포〓미국은 이번에 나포된 소산호가 3주 전인 지난달 중순 북한 남포항을 출발할 당시부터 위성과 해군을 동원해 추적해 왔다.
워싱턴타임스는 2일 미 정보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예멘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미국이 감시하고 있으며 이 배엔 스커드미사일 연료 산화물인 질산의 용기도 선적돼 있다고 보도했다.
척 헤이글 미 상원의원은 10일 밤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으로부터 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을 미국이 추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8일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소산호가 9일 나포되기 하루 전의 일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자에서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화물선에 대한 나포 결정은 ‘행정부 최고위층’의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보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음을 시사했다.
▽나포 과정〓나포에 동원된 스페인 해군 군함은 승무원 200명인 나바라호와 150명인 파티노호 등 2척의 프리깃함이다.
나바라호는 소산호에 아무런 국기가 게양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정선을 명령했으나 소산호가 응하지 않은 채 속도를 높여 도주하려 하자 몇 차례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
스페인 해군은 소산호가 정선하자 헬기를 이용, 10여명의 무장 병력을 소산호에 승선시켜 수색을 실시했다. 이 배엔 선장을 포함해 모두 21명의 북한 선원이 있었고 적화목록엔 시멘트 4만포대를 운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선체 옆의 선명(船名)은 페인트로 덧칠을 해 지워진 상태였다.
스페인 해군은 창고 속의 시멘트더미 아래에 숨겨져 있던 20개의 철제 컨테이너를 발견, 미국측에 통보했다. 미 해군은 즉각 폭발물 전문가들을 투입, 컨테이너에서 15개의 스커드미사일과 이 미사일 8개를 만들 수 있는 미사일 본체, 탄두, 로켓추진기 및 연료 등을 찾아냈다. 캄보디아 국기도 나왔다.
▽소산호의 목적지〓예멘 정부의 시인으로 미사일의 목적지가 예멘이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졌다. 미 언론도 북한으로부터 이미 미사일을 수입한 적이 있는 예멘이 노후한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미사일 도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USA투데이는 이 배가 이라크로 향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예멘에서 활동 중인 알 카에다가 연루됐을 것이라는 증거 없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