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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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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아홉 동갑내기로 대학 82학번 동기인 프로농구 전창진(TG) 유재학(SK빅스) 정덕화(SBS) 감독. 경기가 없는 1주일 공백기를 맞은 이들이 10일 밤 서울 압구정동의 한 포장마차에서 시즌 처음으로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체중 100㎏을 넘나드는 전 감독은 보기와는 달리 술이 약해 밀밭에만 가도 취할 정도. 전 감독은 소주 한잔을 간신히 비운 뒤 곧바로 사이다를 주문했다. 반면 호리호리한 유, 정 감독은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연신 잔을 부딪쳤다.
전, 유 감독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으로 ‘죽마고우’. 유, 정 감독은 연세대와 실업 기아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전 감독은 고려대를 거쳐 실업 삼성에서 뛰었다. 전 감독은 “난 원래 연대진학이 결정돼 연대에서 운동까지 하고 있었는데 덕화가 연대로 오는 바람에 고대로 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정 감독은 “대학 때 명동에서 고대 박한 감독의 주도로 맥주 잔에 소주를 부어 술 대결을 벌이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현역 은퇴 후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이들 가운데 프로 감독 경력 최고참은 유 감독. 5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전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정 감독은 올 시즌이 데뷔무대. 올 시즌 성적은 11일 현재 전 감독의 TG가 단독 1위에 올라있으며 SBS는 7위, SK빅스는 10위에 처져있다.
화제는 자연히 농구쪽으로 흘렀다. 이들은 우선 ‘동업자 정신’과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전 감독은 “크게 앞서있는데도 경기 막판 작전 타임을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선수들 위에 군림하기보다는 때론 형처럼 허물없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궂은 일과 수비를 해주는 선수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는 대목도 비슷한 견해.
올해 이들은 맞대결도 여러 차례 하고 있다.그러나 일단 코트에서 승부는 승부 일뿐이라고 입을 모았다.정 감독은 “친구를 의식하면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SBS에게 시즌 3연패를 당한 유 감독은 “덕화가 남은 3게임에서는 살살 해줘 3승3패로 균형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받아넘겼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승부사로서의 남모르는 고민들도 털어 놓았다. 시즌 때 밤잠을 잘 못 이룬다는 전 감독은 “너희들도 경기 전에는 떨리느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경험이 많은 유감독도 “경기를 앞두고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으며 정 감독도 “텅 빈 라커룸에서 서성이다보면 가슴이 뛴다”고 동감했다. 스트레스 해결 방법도 궁금했다. 하루에 담배를 3갑 가까이 핀다는 전 감독은 “3연패에 빠졌을 때 골프연습장에서 공 200개를 드라이버로만 치고 나니 가슴이 좀 풀렸다”고 했다. 팀이 부진에 빠져있는 유 감독은 9개월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했으며 1주일에 네 번 술을 마신다고.
자정 무렵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난 이들은 “잘 될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지만 서로 챙겨주며 각자 위치에서 젊은 감독답게 새바람을 일으켜보자”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 정덕화-유재학-전창진 감독 | |||
| 구분 | 정덕화 | 유재학 | 전창진 |
| 생년월일 | 1963년 2월27일 | 1963년 3월20일 | 1963년 5월20일 |
| 소속 | SBS스타즈 | SK빅스 | TG엑써스 |
| 출신교 | 송도고-연세대 | 경복고-연세대 | 용산고-고려대 |
| 프로 감독 데뷔 | 2002∼2003시즌 | 98∼99시즌 | 2001∼2002시즌 |
| 올 시즌 성적(11일 현재) | 9승11패(7위) | 5승15패(10위) | 14승6패(1위) |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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