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이천수 OK… 김남일은 글쎄…”

  • 입력 2002년 12월 5일 16시 06분


이천수(21·울산 현대)는 맑음,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은 흐림.

‘월드컵 황태자’들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 가운데 ‘황태자’ 칭호를 받은 별 중의 별 트리오는 ‘발바리’ 이천수와 ‘진공청소기’ 김남일, 그리고 ‘썰렁 왕자’ 송종국(23·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이 가운데 송종국은 8월 일찌감치 네덜란드로 진출해 명문 클럽 페예노르트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천수와 김남일도 송종국에 뒤질세라 유럽 진출을 추진 중. 그러나 현재의 처지는 대조적이다.

이천수는 거스 히딩크 PSV 아인트호벤 감독으로부터 공식적인 입단 제의를 받아 네덜란드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천수는 에이전트사인 스카이콤을 통해 소속구단인 울산과 아인트호벤 이적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천수는 2002월드컵에서는 후반에 교체돼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커’로 활약했고 올 K리그에서도 18경기에서 7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과 ‘어시스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울산 구단측에서는 이천수의 이적 조건으로 연봉 60만달러(약 7억2000만원), 계약금 250만달러(약 30억원) 이상을 제시할 예정. 울산 구단의 신흥경 사무국장은 “아인트호벤이 이천수의 에이전트사에 공식 입단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구단은 아직 공식 문건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천수를 좋은 조건에 유럽 무대에 보낼 방침이기 때문에 조만간 구체적인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2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한 자물쇠 수비와 자신만만한 플레이로 특히 10대팬의 우상이 되었던 김남일은 월드컵 이후에도 송종국과 이천수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런데도 그는 아직 아직 유럽 등에서 이렇다할 입단 제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상으로 K리그 활약이 변변치 않았던 점도 그에겐 불운. 15경기에 출전해 2어시스트가 전부다. 여기에 지난달 브라질과의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출전 이후 독감이 걸려 꼼짝 못했는데도 “CF 촬영 등 돈버는 일만 밝힌다”는 오해를 받는 등 구설수에도 올랐다.

히딩크 감독은 올 9월까지만 해도 김남일을 우선 영입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아인트호벤에 김남일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 경쟁자가 여러 명이나 되는 점이 부담요인. 월드컵이 끝난 뒤 세 번째 한국 방문을 마치고 5일 네덜란드로 다시 떠난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 박지성(교토 퍼플상가)의 아인트호벤 영입 가능성은 밝혔지만 김남일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전남 드래곤즈의 박강훈 사무국장은 “김남일의 아인트호벤행이 무산되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팀으로 보낼 예정”이라며 “FA컵 축구대회가 끝나는 대로 김남일의 빅리그 진출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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