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OFA, 선거철 반짝 이슈 아니다

  • 입력 2002년 12월 3일 18시 49분


어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반미(反美) 정서를 감안할 때 적절한 조치다. 여야의 대통령후보들이 한목소리로 SOFA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SOFA를 둘러싼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이 선거철 반짝 이슈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이번 일은 여중생 치사사건에 아무도 잘못이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미군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볼 때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SOFA의 문제 조항을 손보는 것은 한미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만에 하나 정치권이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단순히 득표전략 차원에서 대응하고 선거 후 외면해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현재 SOFA 개정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사건 발생시 한국 경찰의 수사권 및 미군피의자의 신병인도 전 예비조사를 보장하는 등 실무 차원의 개선 방안을 미국측과 협의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기왕 거론된 마당에 SOFA 조항에서도 개정할 것이 있으면 이번 기회에 고치겠다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공무 중 미군 범죄라도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한 사안인 경우 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갖도록 SOFA를 개정하자는 것은 이번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그 필요성이 다시금 확인되지 않았는가.

내년으로 동맹 50주년을 맞는 한미관계는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어야 할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양국의 정부와 국민은 이번 여중생 치사사건이 오히려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도록 상호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반미시위를 주도하는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이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정부의 SOFA 개선 작업을 지켜보아야 한다. 미군부대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과격시위는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