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수로 내모는 고교교육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22분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재학생의 평균 성적이 재수생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재수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수는 필수, 3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재수생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 파생되는 낭비적 요소들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시험 결과 4년제 대학에 진학이 가능한 상위 50% 집단에서 재학생은 재수생보다 인문계가 평균 13.4점, 자연계가 20.8점이나 낮았다. 재수생들은 고교과정을 이수한 후 학원 등에서 수능시험을 집중적으로 준비해 왔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재학생보다 수능성적이 높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인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재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다. ‘학력’이란 말의 뜻이 다소 애매하기 때문에 수능 점수가 떨어지는 것을 과연 학력저하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능시험에 관한 한 재학생들이 재수생에 비해 실력이 낮았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 정권의 교육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 정권은 출범 초기 대학입시에서 리더십 봉사활동 등 다양한 전형기준을 채택할 것을 대학측에 요구했다. 이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결과로서 재학생들이 학력 면에서 이전 세대들에 비해 느슨한 자세와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정권 출범 5년이 지난 지금도 수능시험이 대학입시의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는 점이다. 재수생에게 밀려 입시에서 탈락한 재학생들은 재수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혼란스러운 교육정책과 부실한 고교교육이 재학생들을 재수로 내몰고 있는 셈이며 재학생들은 이 점에서 피해자일 수밖에 없다. 실정의 해악은 이렇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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