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왜 또 왔지?”

  • 입력 2002년 12월 2일 18시 01분


월드컵 이후 세번째로 내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꽃다발을 든 채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인천공항=이훈구기자
월드컵 이후 세번째로 내한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꽃다발을 든 채 인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 인천공항=이훈구기자
우리 시대에 ‘영웅’은 없는 것일까.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6)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난다.

2일 인천공항 입국장. 2002한일월드컵이 끝나고 고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 PSV 아인트호벤 사령탑을 맡은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이후 세 번째 내한하는 날이었다.

입국장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고작 30여명이 마중을 나와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고 히딩크 감독은 총총히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향했다. 불과 6개월 전 “히딩크를 대통령으로 뽑자”고 할 만큼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이날 내한한 것은 축구와는 관계없는 CF촬영을 위해서였다. 그렇더라도 ‘히딩크’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영웅 만세”를 외쳤던 팬들까지 이젠 시큰둥해진 게 사실이다.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은 변한 게 없다. 한국축구와 선수들에 대해 자부심과 함께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주위의 평.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영웅’에서 ‘불청객’으로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박항서 전 감독과의 미묘한 갈등. 9월7일 남북통일축구 때 당시 박 감독이 있는데도 대한축구협회가 그를 벤치에 앉히려 했던 것. 히딩크 감독은 관중에게 인사만 하고 벤치를 떠나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했지만 이 일은 축구월간지 ‘베스트일레븐’이 ‘히딩크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71%가 복귀에 반대할 만큼 반감을 일으켰다.

국내 기업들이 히딩크 감독의 인기에 편승해 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도 팬들의 등을 돌리게 한 원인. 이번에 찍는 두 가지 CF의 출연료만도 33억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서 돈을 너무 받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의 평가야 어떻든지 간에 히딩크 감독은 지난달 29일 사회 전반에 걸쳐 공헌을 한 인사에게 주어지는 에르네스트 유크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국제 사회에서는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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