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신비한 초능력? 사기래요! ´신비의 사기꾼들´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7시 18분


◇신비의 사기꾼들/조르주 샤르파크, 앙리 브로슈 지음 임호경 옮김/264쪽 9800원 궁리

과학과 합리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초자연적 현상과 미신에 탐닉하며, 이를 이용해서 많은 이들이 사기행각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사기행각이 첨단과학의 시대에도 통하는 것은 사실 일반대중들이 과학기술의 결과물을 향유할 줄만 알았지 ‘과학적 사고’가 어떤 것인지 온전히 체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중의 과학적 사고능력 부족에 편승해서 유포되는 사이비과학과 초능력, 초자연적 현상의 실체를 설명하고, 이들을 이용한 갖가지 사기행각을 날카롭게 고발한 책이다.

‘기인열전’과 같은 TV 프로를 통해 한두 번은 보았음직한 공연을 생각해보자. 시뻘겋게 달궈진 숯이 깔려있는 길을 ‘기(氣)수련으로 단련된’ 이가 맨발로 걷는다. 못이 촘촘히 박힌 판자 위에 맨몸으로 드러눕는 모습은 어떤가. 이런 종류의 공연에서, 우리는 그들이 어떤 속임수를 사용하거나 혹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들이 말하는 ‘기’와 같은 개념에 대해 신기해마지 않으며 그들이 겪었을 각고의 ‘기수련’ 과정에 경의를 표하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음과 같은 과학적 설명을 듣고서도 과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을까?

소매 속을 통과하는 철근이 일종의 의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숯불 위를 걸어가는 일은 숯의 ‘열전도율’이 낮기 때문에 발바닥에 굳은 살을 기르고 열에 약한 발가락을 바닥에 닿지만 않게 한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숯이 아니라 열전도율이 높은 철판을 벌겋게 데워서 그 위를 걸어가라고 요구한다면, 그는 아마 도망가기 빠쁠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거꾸로 세워진 못 위에 드러눕는 일도 못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각각의 못에 전달되는 압력이 분산되므로 그다지 위험한 일이 못된다. 만약 그에게 못이 한두 개, 혹은 너대 개만 박혀있는 판자 위에 한번 누워보라고 요구하면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것이다.

이처럼 ‘신비의 사기꾼들’은 ‘기수련가’들의 공연이 언뜻 보면 신기하지만 과학적으로 곰곰이 따져보면 충분히 설명가능함을 말해주고 있으며, 더불어 그들의 ‘관객기만’ 행위를 고발한다. 즉 공연자들은 관객에게 앞서와 같은 과학적 원리들이 깔려있음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알리지 않고, 나아가 자신들의 능력이 ‘기수련’의 과정을 통해서 배양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관객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신비의 사기꾼들’이 까발리는 내용들을 읽다보면, 그동안 신비하게 여기거나 혹은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취급해온 것들이 대부분 사기행각 혹은 확률게임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중력법칙을 비웃는 듯한 공중부양 묘기, 텔레파시, 염력으로 숟가락 휘기, 두 손에 든 막대기로 수맥찾기 등등. ‘현대과학의 근저를 흔드는 듯한’ 충격적 현상들도, 기실 갖가지 도구나 속임수가 사용된 사기행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법상 아주 ‘유구한’ 역사를 지녔으며 마술사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매뉴얼로 전해 내려오던 것이다.

사이비과학과 반과학의 위험성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칼 세이건이 지은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사이비과학이 벌이는 사기행각의 구체적 기법과 신비한 소문들의 진실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기에, 정신과학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일종의 해독제로 작용하리라 생각된다. 저자 중 한 명인 조르주 샤르파크는 입자 궤적 측정기인 ‘다중선비례검출기’를 발명해 199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유리겔라의 초능력, 성수(聖水)를 만드는 석관, 수맥탐색가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박권수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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