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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8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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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쿼터 초반 1m97의 마르커스 힉스(동양)가 2m1의 정훈(모비스)을 코 앞에 두고 보란 듯이 점프한 뒤 그대로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정훈은 이어진 공격에서 점프슛을 시도하다 힉스의 블록슛에 걸렸다. 키가 더 큰 정훈이 잠깐 사이에 두 차례나 망신을 당한 것.
토종 파워포워드들의 수난이 심각하다. 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히는 전희철(KCC 이지스)은 동양 시절 두 명의 수비수를 달고 다닌 힉스 덕분에 공간이 생겨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외곽만 맴돌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개점 휴업중이다.
지난 시즌 최고 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송영진(LG 세이커스)도 슬럼프에 부상까지 겹쳐 이렇다할 활약을 못하고 있다. 올 시즌 경기당 11.2분을 뛰며3.1점 0.7리바운드의 초라한 성적.
파워포워드중 프로에서 아마추어시절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 2000∼2001시즌 삼성 싼더스의 우승을 이끈 뒤 군복무중인 이규섭 정도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다.
이들이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용병들의 득세와 아마시절과는 판이한 경기스타일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 수비에서 탄력, 파워가 압도적인 용병들에 비해 절대적 열세인데다 용병들이 버티고 있는 골밑을 뚫기도 사실상 버겁다. 그렇다고 외곽으로 나와도 슛의 정확성이 슈터에 비해 떨어진다.
파워포워드들이 살아남기 위한 해법으로 모비스 최희암 감독은 수비를 꼽았다. 또 LG 김태환 감독은 “국내 파워포워드들은 아마시절의 화려한 플레이에 젖어 있다”며 “무엇보다 용병들과의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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