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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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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23일 하룻동안 마라톤 대회에서 동호인 3명이 숨졌다.
이들의 사고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쓰러진 사람은 모두 40∼50대라는 사실이다. 40∼50대는 굳이 마라톤이 아니더라도 돌연사가 잘 일어나는 연령이다.
이 연령에는 심장혈관 질환이 있어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그러다가 무리하게 운동을 하던 중 ‘운동 고혈압’이 생겨 생명을 잃는 것이다.
운동할 때에는 온몸의 근육세포가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에너지를 만든다. 근육세포는 끊임없이 산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심장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보내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히 뛴다. 한꺼번에 많은 혈액을 몸 구석구석에 보내는 과정에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는 심장혈관이 좁아져 있는 데다 격렬한 운동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심근경색이 생기기 쉽다. 몸에 탈이 나면 대부분은 가슴과 배의 통증, 현기증 등 ‘경고 신호’를 보낸다.
이때 어설픈 상식이 사고를 재촉하곤 한다. 마라토너들은 심근경색의 신호를 30분 이상 계속 뛸 때 느끼는 황홀감인 ‘러너스 하이’나 근육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가슴이나 배 등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사점(死點)’ 등으로 여기기 쉽다.
러너스 하이를 느낄 때에는 몽롱한 느낌이 들며 가슴의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 초보자는 사점을 경험할 만큼 뛰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마라톤의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장의 경고신호와 사점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마라톤은 심장뿐 아니라 무릎, 발목, 발바닥 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40세 이후에는 가급적 운동 처방을 받고 마라톤을 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던 사람은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서 3∼5㎞를 쉬지 않고 걸어본 다음 불편하지 않으면 가벼운 조깅부터 시작한다. 또 겨울에는 마라톤에 입문하기보다는 가급적 자전거타기 등을 통해 ‘준비 단계’를 밟는 게 좋다. 몸이 비만인 경우에는 3∼4개월 꾸준히 걸어 살을 빼고 다리 근육을 강화한 뒤 달려야 한다. 특히 어린이는 장거리를 달리면 성장에 장애가 올 수 있으므로 11세 이하는 3㎞, 12∼13세는 5㎞, 14∼16세는 10㎞ 이하로 뛰도록 한다.
인체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라톤. 제대로만 하면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시작하려면 우선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특히 최근 회사의 상사가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마라톤을 권유하는 일이 많은데 잘못하면 사지(死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마라톤은 어떤 운동보다 겸손을 필요로 하는 운동이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