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제대로 보기(3)]자사주 매입-소각 만병통치 아니다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0분


증시가 소강 상태를 보이자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 공시가 늘고 있다.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 자사주 매입이요, 그걸 아예 불태워 없애면 자사주 소각이다.

자사주 매입은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우리사주를 나눠주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가 부양이 목적이다. 해당 기업이 직접 사들이기도 하고 투신사나 은행의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매입할 수도 있다.

주가 부양을 노린 자사주 매입은 대체로 의도대로 주가를 띄우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를 사들여 오랫동안 묶어 두면 해당 주식의 유동 물량이 줄어들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보다 훨씬 화끈한 주가 부양책이다. 주식 수 감소→주당순이익(EPS) 증가→주가순이익비율(PER·주가÷EPS) 하락→주가 저평가 의견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이 항상 주가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락장에서는 약발이 듣지 않는 때가 많다.

8월2∼28일 9500억원가량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은 삼성전자의 경우가 그랬다. 공시일에 31만9500원 하던 이 회사 주가는 공시 직후 이틀 내리 떨어져 8월6일 30만원까지 갔다가 8월28일 32만8000원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주가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자사주 매입 또는 소각 공시를 보고 투자할 때는 △전체 장세가 좋을 때 △펀더멘털이 튼튼한 종목 가운데 △자사주 매입 목적이 ‘주가 안정’이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의 비율이 높은 종목을 사는 것이 좋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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