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광현/따로 노는 경제부처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8시 14분


최근 신용카드회사들은 아주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지난주 금융감독원은 “주유(注油) 할인카드의 무이자할부 기간을 3개월 이내로 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즉각 “가격담합 소지가 있다”며 이를 가로막고 나섰다. 한 카드사 임원은 “금감원 지도를 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과징금 부과권한이 있는 공정위 눈치를 안 볼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요즘 무쏘 픽업의 특별소비세 부과에 대한 의견이 빗발치듯 올라온다. 건설교통부는 화물차로 허가를 내주었는데 재경부에서는 승용차라며 특소세를 물린다고 한다. 뒤늦게 정부가 기준을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지만 이미 시장에 나온 차량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또 고민이다.

현 정부 임기 말을 맞아 경제부처간 정책 혼선이 심각하다. 관련 부처끼리 사전조율도 없이 ‘한건주의’로 정책을 내놓고, 손발이 맞지 않는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 부처의 입장에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나라 정부안에서라면 최소한의 통일성과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이 말 다르고 저 말 다르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몰라 골탕 먹는 것은 소비자와 기업이다.

부처간 혼선의 난맥상이 만들어낸 피해는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판에 보여준 금융 및 서비스분야를 둘러싼 외교통상부와 재경부의 불협화음이 대표적이다. 결국 ‘협상 타결’에 급급해 양보할 것은 다 양보하면서도 ‘협상 왕초보국’이란 이미지만 국내외에 남겼다.

경제부처간 조율의 최종결정권은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에게 있다. 하지만 전 부총리는 요즘 부처간 이견(異見) 조정보다는 이틀이 멀다 하고 외부강연에 나가 현 정부의 ‘경제치적 홍보’를 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 때때로 ‘오버’해서 ‘자살골’을 넣기도 한다. 아무리 임기가 얼마 안 남은 정권이라도 각 경제부처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업무부터 챙기길 촉구한다.

김광현기자 경제부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