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전미술과 천 번의 입맞춤´

  • 입력 2002년 10월 25일 17시 33분


◇고전미술과 천 번의 입맞춤/노성두 지음/272쪽 동아일보사 1만5000원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인류 역사상 세 차례의 큰 혁명을 꼽는다. 신석기 혁명, 그리스 미술혁명, 산업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미술의 혁명은 단 한 차례, 고대 그리스에서 일어났다. 수 천년 동안 경직된 자세로 굳어있던 이집트 미술이 처음으로 봉인을 뜯고 일어나 숨을 내쉬며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고전 미술은 모든 후대 미술의 모태요,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전 미술에서부터 르네상스 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면서 걸작이 왜, 어떻게 그 이름에 값하는 가치를 갖게 됐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 서양미술기행집. 저자는 2년 반 동안 그리스, 이탈리아와 북유럽의 미술현장을 일곱 차례나 직접 답사하면서 생생한 느낌을 글로 남겼다. “기원전 6세기부터 기원후 17세기까지 건축, 조각, 회화를 가리지 않고 서양 미술의 굴곡많은 지형을 발길 닿는대로 걸으면서 썼다”는 것이 저자의 얘기다.

그는 하늘을 본떠서 지은 대리석 원형신전의 흔적에서 호메로스의 코끝을 스쳤던 솔잎냄새를 맡는가 하면 200년 동안 원작 행세를 했던 레오나르도의 유명한 자화상이 사실은 위작자가 왼손잡이 흉내를 내서 그린 가짜 그림이라는 사실을 풀어낸다. 이밖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카라바조의 ‘소년들의 콘서트’ 등에 얽힌 사연도 담겨있다.

저자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르네상스 미술전문가. 지금까지 30권 넘게 서양미술사에 관한 책을 펴내면서 서양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