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악재 불구 주가 640선 회복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5시 38분


'정치적 충격은 더 이상 증시에 악재가 아니다.'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640선을 뚫으며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터진 폭탄테러 사건에도 한국 증시는 둔감했다. 이번주 들어 한국 증시는 나흘 연속 주가가 오르는 굳건한 모습.

모두가 악재라고 생각하는 일이 잇따라 터졌는데도 한국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5∼9월 주가 하락의 뒤늦은 보상〓올 여름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떨어졌다. 이달초에는 급기야 600선마저 무너졌다.

기업 실적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도 투자심리가 무너진 데에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경고와 9·11테러 1주년을 맞은 추가 테러 위협 소식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불확실한 국제정세 탓에 어차피 2003년 초까지는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됐다.

최근 발리 테러가 증시에 별 영향을 못 미친 것도 바로 이 때문. 지금 600대 초반의 주가가 이미 이 정도 테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형성된 주가 수준이라는 것.

북한 핵무기 개발 문제도 마찬가지. '분단국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위험이 커 주가를 깎아야 한다'는 이른바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는 오래전부터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1994년 김일성 사망, 1999년 연평도 서해교전 등 과거 남북관계 악재들도 단기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

▽초점은 정치가 아닌 경제〓큼지막한 두 정치적 사건이 증시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증시의 내성은 확인됐다. 앞으로 증시의 관건은 경제 문제로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매를 미리 맞아놓은 덕에 지금 어지간한 국제정세 불안쯤은 한국 증시가 견뎌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최근 증시 오름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주 들어 나흘째 계속된 주가 오름세는 그동안 워낙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한 반발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초점이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 해도,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 등 거시경제 전망이 아직 그다지 밝지 않은 탓.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과장은 "거시경제 회복을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주가 수준이 기업 실적에 비해 워낙 낮은 만큼 개별 기업의 실적 회복만이라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면 증시가 본격적인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황=17일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2.79포인트 빠진 634.49로 출발한 뒤 20포인트 범위내에서 급등락하는 변동성을 보이다 8.41포인트 오른 644.66에 마감됐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미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5일만에 순매도로 돌아섰고 북한의 핵개발 소식과 필리핀 폭발사고 등이 장중 변동성을 키웠으나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지수를 떠받쳤다.

외국인은 지수관련 대형주를 중심으로 85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도 583억원 매도 우위였다. 반면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앞세워 907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의 프로그램 매매는 매수 1612억원, 매도 803억원으로 809억원 매수 우위였다.

통신, 전기가스, 철강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증권업중이 8.45% 폭등했고 보험(4.77%), 운수창고(5.11%), 의료정밀(3.68%) 업종의 상승폭도 돋보였다.

시가총액 상위사중에서 삼성전자는 18일 실적발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강보합이었고 국민은행(0.90%), 현대차(1.62%), LG전자(2.84%), 삼성전기(4.85%), 신한지주(2.91%) 등도 올랐으나 SK텔레콤(-3.79%)은 급락했고 한국전력 POSCO는 보합이었다.

저가 메리트와 향후 시장상황 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순환매가 몰린 증권주는 대신증권이 상한가를 친 것을 비롯 삼성증권(7.01%), LG증권(12.58%), 대우증권(7.63%), 현대증권(9.18%) 등 대부분이 급등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장마감후 IBM이 좋은 실적을 내놓은데 힘입어 하이닉스반도체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오른 종목이 517개로 내린종목(247개)을 압도했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3조272억원과 12억8천395만주였다. 거래대금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8월22일 이후 처음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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