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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3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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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서울 강남역 주변. 거리 곳곳에는 ‘술 파는 노래방’이라는 간판이 공공연히 내걸려 있다.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것은 불법으로 영업정지와 과징금이 부과되는 중징계 대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이들 업소 중에는 “아가씨들의 술시중에다 ‘2차’도 가능하다”고 길거리에 광고문을 내다 붙인 업소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서비스하는 아가씨들은 함께 온 일행이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라며 “술을 팔지 않는 노래방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권력층과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비리가 속속 불거지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한 우리사회의 ‘법 경시’ 경향이 최근 들어 아예 ‘법 무시’ 풍조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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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정권말기의 기강해이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현상까지 겹쳐 법 무시 풍조는 더욱 만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상당수 일선 행정직원들은 ‘법을 지켜라’고 단속에 나서면 ‘당신부터 지켜라’는 반발에 부닥치기 일쑤라고 고백한다.
서울 강남구의 룸살롱 수는 현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인 97년말 191개였으나 98년 189개, 99년 232개, 2000년 292개, 2001년 339개, 올해 10월까지 363개로 배가량 늘었다.
반면 강남구청이 룸살롱을 행정처분한 건수는 99년 96건, 2000년 63건, 2001년 47건, 올 들어 현재까지 33건으로 해마다 느슨해지고 있다. 이는 룸살롱들이 ‘법대로’ 영업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단속이 느슨하거나 행정당국과 유착이 갈수록 심해지는 증거라는 지적도 많다. 이들 룸살롱의 하룻밤 술값은 4, 5명 기준으로 수백만원에 달한다.
불법주차 단속도 서울 서대문구청의 경우 지난해 9만900여건이던 것이 올 10월 중순까지 4만3000여건으로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 불법주차 상황이 크게 확산된 것에 비하면 단속은 오히려 줄어든 셈.
서강대 법학과 홍성방(洪性邦) 교수는 “사회 전반의 준법 의식이 해이해진 것은 결국 사회지도층과 공무원들의 공직 윤리나 기강이 느슨해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