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경선 ‘까발릴 내용’ 밝히라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8시 02분


민주당의 집안싸움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김영배 의원의 ‘국민경선은 사기극’ ‘자꾸 건드리면 내용을 다 까발릴 것’이라는 발언에 노무현 후보측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당 내분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발전의 새 장을 열었다며 그토록 자찬했던 국민경선이 이제 와서는 사기극이었다니 국민은 조롱당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국민경선을 총괄했던 김 의원의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으리라는 점에서 결코 일회성 돌출발언으로 넘겨버릴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경선 당시 경선의 공정성과 관련해 여러 얘기들이 나돌았다. 선거인단 대부분이 후보들이 동원한 사람들이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금품이 오갔다는 설이 무성했다. 노 후보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해 승리의 발화점이 된 광주지역에 민주당 청년조직인 ‘연청’이 대거 동원됐고 이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청와대 음모론도 제기됐다. 후보들의 잇단 중도사퇴와 관련해 외압 논란도 일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채 경선 분위기에 묻혀 넘어가고 말았었다.

김 의원이 사기극이라고 규정한 일들이 이런 것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별도의 사안인지 김 의원은 분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김 의원 스스로 ‘까발릴 것’이라고 한 만큼 공개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그래야만 국민은 민주당의 경선에 정당성이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앞으로 국민경선이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다만 우리는 경선 당시 선관위장으로 입이 마르게 이 제도를 칭찬하고 결과 승복을 강조했던 김 의원이 이를 폄훼하는 것도 자기모순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경선 과정에서 있었던 밝혀야 할 일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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