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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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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증시 고수(高手)는 하락장에서 위험 관리를 잘하는 사람.’
주가가 오를 때는 누가 좋은 투자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아무 종목이나 대충 사도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막상 최근처럼 주가가 폭락하면 누가 훌륭한 투자자인지 구분하기가 한결 쉽다. 호황기에 번 돈을 침체기에 다 까먹는 투자자는 하수(下手)이다. 하락장에서 덜 잃는 투자자, 데이트레이더이건 장기투자자이건 위험 관리를 잘하는 투자자가 좋은 투자자라는 설명이다.
▽단기투자자, 휴식도 투자처럼〓데이트레이딩으로 선물시장 최고수 반열에 오른 신아투자자문 최정현 사장은 정작 매매를 하지 않는 날이 꽤 된다.
데이트레이더가 매매를 안 하면 무슨 수로 돈을 벌까 의문이 들지만 그의 답은 간단하다. “확신이 없을 때에는 미련 없이 매매를 중단한다”는 게 그의 설명.
그의 매매 기법은 ‘많이 버는 것’보다 ‘조금 잃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 정도 손실이 나면 가차없이 매매를 중단한다. 그는 “최대한 잃을 돈이 원금의 5% 정도라는 확신만 있으면 오히려 평소에 더 자신 있는 베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00년 이후 데이트레이딩으로 원금 1000만원을 2억원으로 불린 최모씨는 지난주 아예 동남아로 뒤늦은 휴가를 떠났다. 그는 최근 한달 새 원금의 15%정도를 잃었다. 그러나 이에 미련을 두지 않고 아예 한달 정도 푹 쉬다 돌아올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차트가 완전히 망가져 어떤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도 지금은 돈 벌기가 쉽지 않다”며 “돈 잃은 건 억울하지만, 미련 때문에 자꾸 달려드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장기투자자, 미리 대비한다〓대부분 투자자들은 주식을 고를 때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를 주로 생각한다.
반면 1년 이상 길게 내다보는 장기투자자들은 거꾸로 ‘지금보다 주가가 하락한다면 얼마까지 더 떨어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애초부터 덜 떨어질 종목 위주로 투자해야 믿음을 갖고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서울대투자연구회가 가치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 매달 수익률을 공개하는 VIP펀드는 지난달 종합주가지수가 14%나 폭락하는 동안 불과 5%가량 하락하며 선방했다.
이 모임 김민국 회장은 “보유 현금이 많고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해 주가 하락을 막는 기업, 고배당 기업,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기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라며 “시장 분위기나 루머를 좇지 않고 철저히 실적 위주로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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