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상훈/국군의 명예-사기 북돋아 주라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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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군이 창설 54주년을 맞았다. 소총과 수류탄으로 북한의 탱크에 대항해야 했던 6·25전쟁 당시의 모습을 회고할 때 최신의 무기로 무장한 오늘의 장년 국군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진심으로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최근 들어 일련의 사건들은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차원을 넘어 군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적이 누구인가?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자가 적이다. 그런데 백만 대군과 대량살상무기를 우리를 향해 배치해놓고 있는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아닌지 해괴한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난데없이 후방에서 들려오는 주적논란은 두눈을 부릅뜨고 면전의 적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6·25전쟁 때 태평양을 건너와 우리를 위해 싸워준 미군 중 무려 4만여명이 이 땅에서 전사했다. 지금도 3만7000여명의 미군들이 이 땅에 주둔하며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진정한 친구들을 이제는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작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미군과의 연합전력이, 주한미군의 사기가 우리 안보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아는지 모르는지….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을 조작으로 단정지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은 증거도 분명하지 않은데 서둘러 결론을 내려 군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명예와 사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군은 건재할 수 있는가. 필자는 며칠 전 추석을 맞아 재향군인회 임직원들과 함께 해·공군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우리 손으로 생산한 KF16을 타고 조국의 영공을 경계하고 있는 젊은 공군조종사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보았다.

또 “이제 교전규칙이 바뀌었으니 또다시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경우 1척도 남김없이 격침시킬 것입니다”라고 다짐하는 해군 지휘관의 한일자 입술을 보았다.

아, 그래도 아직은 우리 군이 건재하구나,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지천명의 연륜을 쌓은 장년 국군답게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가 나서 군이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더 이상 군이 범죄집단이나 병역비리의 온상으로 매도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군의 비리에 눈감아서도 안되지만 조그마한 과실이 침소봉대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군의 작전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안일한 불의의 길을 마다하고,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 사관들의 명예심에 흠집을 내서는 안 된다. 인생의 황금기를 국토방위에 바치고 있는 우리 아들 딸들의 명예심에 흠집을 내서도 안 된다.

자랑스러운 70만 국군장병 만세! 54주년 생일을 맞는 믿음직한 우리 국군 만세!

이상훈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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