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中경제 2010년 日추월 예고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58분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일본 총리가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국교정상화 공동성명에 조인한 지 29일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양국의 인적, 물적 교류는 급진전돼 왔지만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싼 외교적 긴장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이 장기불황으로 경제대국의 지위가 흔들리는 반면 중국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일본에서는 ‘중국 위협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중국, 10년내 일본 추월〓중일 무역규모는 올해 9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돼 30년전의 80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일본의 대중 무역적자가 매년 20%가량씩 불어나면서 이러다가는 중국산 제품에 완전히 점령당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 지난해만 해도 수입이 수출보다 311억달러나 많았다. 일본 수입시장에서 중국 제품 비율은 17.8%.

게다가 일본 제조업체들마저 속속 중국으로 이전하다 보니 산업공동화 현상도 심각하다. 일본 기업의 대중투자 누적액은 323억달러로 미국(349억달러)에 이어 2위다.

무엇보다도 일본이 긴장하는 것은 일본은 9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연간 7∼8%씩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1896억달러로 일본(4조1729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역전이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UFJ종합연구소는 2010∼2015년, 후지종합연구소는 2012년 중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외교적 마찰 심화〓양국의 밀접한 경제협력과는 달리 군사적 외교적 마찰은 심화되고 있다. 수교 후 30년간 일본의 전쟁책임 등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빚어왔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해 8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데 이어 올 4월 다시 참배를 거듭하자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격노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 방문을 추진했으나 중국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은 최근 방위백서에서 “중국이 올해 국방비를 17.6% 늘리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주변 정세를 이유로 전쟁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어 한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의 갈등도 우려된다.


▽아시아 주도권은 어디로〓이미 경제적 주도권은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 여기에 중국이 최근 미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일본이 몹시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각각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 시작, 중국은 이미 관세인하품목 등을 정하는 등 진전을 보고 있지만 일본은 정부간 교섭도 시작되지 않은 단계. 또 올 4∼6월 ASEAN 5개국의 대중국 수출은 96억달러로 대일본 수출(90억달러)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한중 무역액도 지난해 359억달러로 한일 무역액의 80%에 육박한다.

중국의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매년 수천억엔씩 중국에 지원하고 있는 정부개발원조(ODA)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일본은 최근 북-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발언권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이 역시 중국의 협력 없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중일 국교정상화 관련일지▼

·72년9월 중일 공동성명 조인. 국교정상화

·78년8월 중일 평화우호조약 조인

·83년11월 후야오방 중국 총서기 방일

·84년3월 나카소네 야스히로 日총리 방중

·89년6월 톈안먼 사건으로 일본측, 제3차 엔차관 동결

·92년4월 장쩌민 총서기 방일

· 10월 일본 천황, 첫 방중

·95년5월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본총리 방중. 과거사 반성 표명

· 8월 일본, 중국 핵실험에 항의해 대중 무상자금협력 동결

·98년6월 중일 공산당 관계정상화 합의11월 장쩌민, 국가주석으로서는 첫 방일. 중일공동선언 발표

·99년7월 중국 WTO 가입

·2001년4월 중국, 일본에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합격 강력 항의

·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

· 10월 고이즈미 총리 방중. 전쟁희생자에 사과 표명

·2002년5월 선양 일본총영사관 탈북자 망명사건으로 중일간 마찰 확대

▼中학자 시각은…▼

중국 인민일보가 중일 수교 30년을 맞아 인터넷판을 통해 네티즌들과 중일 관계의 오늘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6일 중일 관계 분야의 원로학자인 우쉐원(吳學文·80) 중일 관계사학회 명예회장을 초청해 중국 내 네티즌의 질문에 답변토록 한 것.

이 문답은 중국 네티즌들이 일본의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 무엇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주요 내용을 발췌 소개한다.

-중국은 왜 일본에 대한 전쟁배상 요구를 포기했는가.

“중국은 청조(淸朝) 때 8국 연합군의 침략을 받고도 전쟁배상을 했다. 이 때문에 나라는 가난해졌고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일본국민이 배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배상 요구를 포기한 것은 이 때문이다.”

-중일 수교 30년간 양국 관계가 나아졌는가, 아니면 일진일퇴(一進一退)인가.

“그간 중일간에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과 역사인식, 대만문제 등을 둘러싸고 마찰이 있었다. 모두 일본측에서 촉발시킨 것이다. 현재 서로의 노력에 의해 바른 방향으로 발전, 개선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언론 중 어느 쪽이 상대방 사회를 더 정확하게 소개하는가.

“일본 언론은 겉으로는 객관적인 것 같지만 불공정하고 제 멋대로 일 때가 많다. 중일간에 마찰이 일어나면 이를 완화시키기보다는 불을 지른다. 중국 언론은 안 그렇다.”

-일본 자위대의 실력은….

“일본 자위대는 아시아 최강이다. 동남아지역 전 군비를 합쳐도 일본을 당하지 못한다.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야스쿠니신사는 전범의 위패가 있는 곳으로 총리가 간다는 것은 국가적 행위에 속한다. 이는 일본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

▼中50% 日45% “양국관계 나빠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 양국 국민은 과거보다 중일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국민 모두 앞으로 10년 후 중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신문이 중국 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중일수교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양국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중일관계가 나빠지고 있다는 응답이 일본은 45%, 중국은 50%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 여론조사에서 일본 40%, 중국 29%로 응답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또 10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로는 일본 응답자의 53%와 중국 응답자의 60%가 중국을 꼽은 반면 일본이라는 대답은 각각 5%와 8%에 불과했다.

특히 10년 후 중국 경제가 일본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미 위협이 되고 있다’는 답변(17%)을 포함, 일본인의 7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분야 협력에 대해 일본 응답자들은 중국이 ‘파트너’라는 답변(38%)보다 ‘라이벌’이라는 답변(56%)이 훨씬 많았다. 한편 일본이 전쟁 등 과거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일본은 44%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86%나 돼 과거 청산에 대한 양국민의 인식이 크게 달랐다.

이밖에 일본을 싫어한다는 중국인 응답자는 5년전 조사보다 19%포인트 늘어난 53%에 이렀으며 중국을 좋아한다는 일본인도 10%포인트 줄어든 19%로 양국민간 상호 호감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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