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 애타는 父情

  • 입력 2002년 9월 27일 17시 52분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왼쪽)가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아들 조성모를 격려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전창기자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왼쪽)가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아들 조성모를 격려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전창기자
“저 녀석한테는 제가 고양이 앞의 쥐 꼴이에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지만 행여나 부담이 될까봐 입에 지퍼 채우고 있지요.”

70년 방콕과 74년 테헤란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목에 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50).

27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막바지 훈련으로 물살을 가르는 막내아들 성모군(17·해남고 3년)을 수영전문가답게 꼼꼼히 눈여겨보면서도 하소연하듯 한마디한다.

최근 조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울 부천 안양 등 수영교실 3곳을 운영하고 있고 ‘통일바닷길 종단’ 등 수영활성화 프로젝트 진행은 물론 TV시트콤에도 자주 출연해 이젠 ‘방송인’의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조씨는 현재 모든 일정을 접은 채 22일부터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수영경기가 열릴 사직수영장 인근에 여관방을 잡아놓고 오전 8시, 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아들의 연습모습만 지켜보고 있다.

성모군은 5월7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떠나 4개월여 동안 개인훈련을 한 뒤 22일 아버지와 함께 부산에 내려와 대표팀에 합류했다.

성모군이 멕시코로 떠난 이유는 아버지의 욕심 때문. 조씨는 현역으로 잘나가던 72년 뮌헨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연수를 떠나 미국대표팀 감독출신인 단 캠브릴에게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조씨는 5월2일 은사 캠브릴씨를 한국으로 초대해 아들의 실력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캠브릴씨는 자신의 제자이자 미국대표팀에서 자유형 장거리전문 코치였던 잭 사이언을 소개했다. 사이언 코치는 마침 멕시코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성모군의 멕시코행은 이렇게 닷새 만에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성모군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정말 싫어요. 아버지가 우겨서 미국 호주 등 곳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아버지가 ‘아시아의 물개’인 것도 부담스러운데 무조건 ‘사고’를 치니 정신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아버지가 밀어붙였기 때문에 7월 미국 재닛 에번스대회에서 (자유형)800m와 1500m에서 한국신기록을 냈지요”라고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에 대한 아버지 조씨의 화답. “성모야, 내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땄으니까 네가 이번에 하나라도 따내면 5개 모두 너의 것이 되는 거야. 메달을 못 따도 너는 내 아들이라는 것도 변함 없고….”

부산〓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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