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입력 2002년 9월 13일 17시 38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310쪽 1만1000원 이후

노엄 촘스키(MIT교수·언어철학)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 일컬어지는 하워드 진(콜롬비아대 명예교수·사학). 이 책은 그의 삶과 생각을 ‘툭’ 털어놓은 것이다.

대부분 미국인들이 콜럼버스를 위대한 영웅이라고 이야기할 때 하워드 진은 콜럼버스가 자신을 따뜻이 맞이해준 아라와크 족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거나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인들이 자랑스런 건국의 아버지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는 그들이 평등한 분배를 두려워 한 백인 노예주이자 상인이었음을 지적한다. 또 영웅적 군인들을 들먹일 때면 그들이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인디언 학살자, 전쟁광, 제국주의자였다고 역설한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내세우는 ‘자랑스런 미국’ 역사의 이면을 파헤치는 그에게 사람들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이 나라에 살고 계신가요?”

“그런데도 선생님이 그렇게 낙관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 속에는 이런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담겨 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전쟁과 더불어 전쟁에 대한 저항을, 불의와 더불어 불의에 맞선 반란을, 이기심과 더불어 타인과 사회를 위한 자기희생을, 폭정 앞에서의 침묵과 더불어 목숨을 건 도전을 읽어낸다.

이 책에서 그는 2차대전의 참전 경험, 그 뒤 베트남전쟁 반대에 앞장서고 반전시위로 재판받은 일, 미국의 정체성과 역사를 깨닫게 된 사연, 남부의 ‘흑인대학’에서 가르치며 흑인사회를 이해하고 민권운동에 가담하게 된 과정 등 자신이 철학이 형성돼 온 배경을 차분히 서술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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