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증권]‘헤지펀드 도입’ 주장 만만찮다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49분


《세계 주식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오르내림과 관계없이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 1·4분기(1∼3월) 미국 증시의 뮤추얼펀드에는 145억달러가 새로 들어왔고 헤지펀드에는 102억달러가 유입됐다. 이갑수 투자신탁협회 전무는 “헤지펀드 운용자산이 뮤추얼펀드 자산의 5%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인기를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시장에도 헤지펀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증권연구원 고광수 박사는 “연기금이나 대형 펀드가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고 개인투자자도 국내 헤지펀드를 이용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왜 헤지펀드인가〓전문가들은 헤지펀드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시아와 러시아 금융위기 당시 막대한 손해를 보고 금융시장을 교란했던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등은 특정시장의 방향에 투자하는 펀드로 전체 헤지펀드의 5% 미만이라는 것. 95%의 헤지펀드는 시장의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말 그대로의 ‘헤지(위험회피)펀드’이다.

고 박사는 “헤지펀드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투자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원이 고갈되고 있는 연기금이 해외 헤지펀드를 적절히 이용하면 적당한 위험으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이남우 리캐피탈투자자문 사장은 “한국에는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인 은행 정기예금과 리스크가 가장 높은 주식투자 및 주식형펀드 사이에 적당한 리스크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대상이 없다”며 “헤지펀드가 딱 맞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시장이 크게 올랐다가 내릴 때 리스크 관리를 못하기 때문”이라며 “헤지펀드는 공매도나 지수선물매도 등 다양한 헤지기법을 이용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헤지펀드를 반대하는 이유〓그러나 헤지펀드가 100% 안전한 상품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대의 소리도 많다.

임준환 서강대 교수는 “예정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매니저의 기법이 먹혀들지 않으면 손해를 볼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헤지펀드 매니저의 절반 이상이 3년 이내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

이갑수 투자신탁협회 전무는 “미국 금융당국은 최근 헤지펀드의 규모가 커져 금융시장 불안요소가 되고 일반투자자가 전보다 많이 가입하자 감독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충분히 검토하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란…▼

100명 미만의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만든 뒤 주식 채권 통화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거나 원유 금 등 실물자산을 매매해 이익을 남기는 투자 파트너십.

고도의 금융기법으로 위험을 줄이거나 없애 시장과는 무관한 중립적 포지션을 가지고 운용되며 시장평균과 비교한 상대적 수익률이 아니라 미리 정한 절대적 수익률을 추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헤지펀드 투자 대상과 투자방법
구분내용
투자대상-금융상품(주식 채권 통화 등)-실물자산(원유 금 등)-파생금융상품(주가지수선물 및 옵션 등)
운용방법-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 구성-시장 위험을 최소화하고 절대수익률로 평가-펀드매니저는 운용수익의 20%정도를수수료로 받음-펀드매니저도 펀드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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