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한국 기사들 줄줄이 中에 덜미…삼성화재배 16강전

  • 입력 2002년 8월 30일 22시 22분


세계대회 17연속 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바둑이 오랜만에 추락의 아픔을 겪었다.

30일 열린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에서 한국 선수 6명 중 조훈현 9단과 최명훈 8단 등 2명만 8강에 진출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중국 선수는 8명 중 6명이 승리해 세계대회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으며 일본은 하네 나오키(羽根直樹),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 9단이 모두 패해 8강에 한 명도 오르지 못했다.

조훈현 9단은 이날 중국의 신예 펑취안(彭筌) 5단을 상대로 내내 불리한 바둑을 종반에 뒤집어 1집반을 남기는 신승을 거뒀으며 최명훈 8단은 장원둥(張文東) 9단에게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이창호 9단의 패배. 이 9단은 후야오위(胡耀宇) 7단을 상대로 중반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하귀에서 백대마를 절묘한 수순으로 나포했으나 그 대가로 좌하귀 흑 대마가 몰사해 돌을 던졌다.

유창혁 9단은 창하오(常昊) 9단과 맞서 유리하게 형세를 이끌었으나 중앙에서 착각을 일으켜 불계패했다. 또 ‘어린 왕자’ 박영훈 3단과 양건 6단은 각각 차오다위안(曹大元) 9단과 뤄시허(羅洗河) 9단에게 패했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항상 한국의 벽을 넘지 못했던 중국은 이번 대승으로 잔칫집 분위기. 특히 이 9단을 누른 후야오위 7단과 32강전에서 이세돌 3단을 이긴 데 이어 박영훈 3단마저 제압한 차오다위안 9단에게 칭찬이 쏟아졌다.

한국은 세계대회 경험이 많은 조훈현 9단과 최명훈 8단에게 희망을 걸고 있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 2000년 후지쓰배에서 조 9단이 우승한 뒤 세계대회 17연속 우승의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이 연승 신화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8강전은 10월 16, 17일 열리며 차오다위안 9단-후야오위 7단, 창하오 9단-왕위후이 7단, 뤄시허 9단-조훈현 9단, 왕레이 8단-최명훈 8단이 각각 대결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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