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성공일기]④박정구씨 “욕심내지말고 한발씩…”

  • 입력 2002년 8월 29일 17시 54분


박정구·새턴투자자문 부사장
박정구·새턴투자자문 부사장
최고의 가치투자자로 평가받는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1. 돈을 잃지 말 것.

2. 1항을 항상 지킬 것.

모든 주식투자자들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단번에 ‘떼돈’을 벌고 싶어한다는 데 있다.

새턴투자자문 박정구 부사장(39)은 한국 증시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투자 철학은 간단하다.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투자는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금은 조금씩 꾸준히 불어난다. 그는 ‘잃지 않는 투자’의 진가를 보여주는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다.

▽잃지 않는다〓“주식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버핏의 연간 평균수익률은 20% 남짓입니다. 그러나 그는 30여년간 단 한 번도 돈을 잃지 않았죠. 이런 꾸준한 수익률이 그의 투자 원금을 2000배 이상 불려준 겁니다.”

박 부사장이 실적 좋은 저평가 가치주에 집중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번에 크게 벌 욕심이라면 기술주나 성장주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성장주는 1년에 열 배가 오를 수도 있지만 1년 만에 10분의 1 도막이 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미래의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그는 ‘10년이 지나면 세계시장을 제패할 기업’보다 지금 당장 알토란같이 이익을 내는 회사를 더 좋아한다.

▽보수적인 잣대〓그가 고른 종목은 ‘바닥에 강철판을 깔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주가가 잘 빠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종목을 골라낼까.

첫째, 그는 기업의 이익보다 자산을 먼저 살핀다. 이익은 변할 수 있지만 자산은 잘 변하지 않는다.

둘째, 이익을 보더라도 그는 ‘이익의 크기’보다 ‘이익의 지속성’을 중시한다. 얼마나 꾸준히 이익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배당률을 살핀다. 종목을 일단 선택하면 주가가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 배당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 이런 ‘오랜 기다림’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기업 분석의 잣대 중 가장 보수적인 잣대를 사용하는 셈이다.

▽주식투자는 사업이다〓그는 주식투자를 ‘사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사업을 하면서 오늘은 반도체하고, 내일은 건설하고, 모래는 인터넷하는 사업가는 없다. 사업의 전망에 대해 모르고 뛰어드는 사업가도 없다.

그래서 그는 종목을 고를 때 그 분야의 사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기업과 업황에 대해 철저히 연구한다.

인터뷰 도중 그가 투자한 신도리코 실적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백과사전 두께의 파일을 꺼내 신도리코 과거 보고서를 훑어본다. 박 부사장은 신도리코가 증시에 상장된 이후 회사에 관한 모든 보고서를 모아놓았다. 그의 파일에는 10년 넘게 자료를 모아둔 기업이 수두룩하다.

박 부사장은 다음달 초 새로운 투자자문사를 차린다. 새 회사 이름은 ‘가치투자자문(Value Investing Advisers)’. 한국 증시에서 가치투자 철학을 공식적으로 내세운 최초의 투자자문사가 된다. 장기 투자자답게 그의 꿈도 길고 장기적이다.

“오랫동안 일한 가치투자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앞으로 30년 이상 더 자금을 운용하는 게 제 소망입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박정구 부사장 추천 종목
종목이유
LG가스SK가스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자유화로 기업의 수익 구조가 개선. 두 회사 모두 자연 독점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있음
신도리코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 꾸준한 기술 축적이 강점. 지난해 이후 이익이 크게 불어나는 중
LG건설수주 물량이 충분한 상태. 높은 배당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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