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강철 마무리 변신 ‘제2 전성기’

  • 입력 2002년 8월 21일 17시 37분


이강철
“아, 내가 돌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야구하는 기분을 묻자 기아 이강철(36)은 아직도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이강철이 누군가. 동국대를 졸업한 뒤 89년 프로에 입문, 10년간 연속 두자리 승수를 거둔 ‘한국형 잠수함’의 원조. 꿈틀대는 그의 구질은 전성기 시절 ‘난공불락’이었다.

기아의 전신인 해태시절엔 5차례나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에 올려놓았고 96년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올해까지 개인통산 140승으로 한화 송진우(157승)에 이어 현역 선수중 다승 2위.

하지만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이강철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99년 전지훈련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인한 후유증으로 한시즌을 쉬어야 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려난뒤 삼성으로 이적, 2000시즌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랐으나 1승 평균자책 7.30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급기야 지난해 중반 기아로 현금 2억원에 트레이드되는 시련을 겪었다. 다들 “이강철은 끝났다”고 봤다.

그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삼성에서 벤치의 신뢰를 받지 못해 패전처리용으로 나섰던 이강철은 ‘친정팀’인 기아에서 화려하게 변신했다. 올해 이기는 경기에 주로 투입되는 구원투수로 활약하면서 5승1패 6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 2.92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엔 마무리 리오스가 선발로 돌아서자 대신 마무리로 나서면서 든든한 ‘뒷문지기’로 자리매김. 20일 중요한 일전인 삼성과의 대결에서도 4-2로 앞선 9회 김진우로부터 바통을 이어받고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세이브를 따냈다.

프로 14년만에 그가 마무리 보직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무척 힘들다”는 이강철은 “하지만 날 믿어주는 팀이 있기에 정말 야구할 맛 난다”며 신이 나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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