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정민철 “그래 다시 날자”

  • 입력 2002년 8월 16일 17시 46분


정민철
금의환향은 아니었더라도 부푼 기대 속에 귀국길에 올랐던 그였다. 4억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으로 계약할 때는 어깨가 우쭐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선 국내 무대에서 추락하는 독수리 신세였다.

한화의 ‘돌아온 에이스’ 정민철(30)을 두고 하는 얘기다. 92년부터 8시즌 연속 두자리 승수를 챙겼던 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다 올 시즌 한화에 컴백했지만 예전 명성은 자취를 감췄다. 간판 투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마운드에 오르면 뭇매를 맞고 강판당하기 일쑤였다. 모처럼 승리를 눈앞에 둔 듯 하다가도 불운이 겹쳐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평균 자책이 6점대를 웃돌며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민철이 오랜 침묵을 깨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15일 대전 LG전에서 8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아내며 6안타 1볼넷 2실점으로 잘 던져 값진 시즌 4승째(9패)를 올렸다. 6월2일 마산 롯데전 이후 6연패에서 벗어나며 무려 73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9차례 도전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으니 ‘열 번 찍어 기어이 나무를 쓰러뜨린’ 셈이다.

6연승을 달리며 한창 물오른 LG의 강타선을 제압한 까닭에 기쁨은 더욱 컸다.

정민철은 “최근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해 초조하고 불안했다”면서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정민철의 부진 속에 한화는 15일 현재 39승46패3무로 7위에 처져 있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겨운 상황. 하지만 정민철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지난해와 같은 막판 뒤집기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가닥 희망이 생겼다.

시즌 중반까지 훈련량 부족으로 애를 먹었던 정민철은 2군까지 내려가 몸을 만들며 다시 체력이 붙었고 컨디션도 회복했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분석. 시즌 후반기 들어선 최고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와 변화무쌍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전성기 때 구위를 거의 회복했다는 평가다. 최근 5경기에서는 연속 퀄리트 스타트를 펼치기도 했다.

정민철은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이제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면서 “팀의 4강 진출이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공을 뿌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