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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13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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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6범인 전 의무 부사관 김대업(金大業)씨의 폭로를 ‘후보직’까지 걸고 전면부인한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병풍(兵風)’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한나라당측이 증언조작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한 것도 ‘또 다른 도둑놈’의 제보였다. 한나라당측은 김씨와 함께 수감됐던 동료 재소자의 제보라며 “김씨는 매일 아침 구치소를 나가 만취상태로 새벽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는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전 의무부사관 김도술씨도 바로 99년 병무비리 혐의로 구속수감됐던 인물이다.
물론 당초 ‘국립대학 출신’을 동원해 ‘병풍’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쪽이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별이 6개’나 되는 김씨의 진술을 검증하려는 노력은 아예 외면한 채 김씨의 병역비리 은폐의혹 폭로를 ‘기정사실’로 놓고 공세를 폈다. 그 과정에서언론의 검증하려는 노력까지 ‘편파보도’라고 일방적 비난을 퍼부어댔다.
심지어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날 김대업씨의 ‘전력’을 들어 주장의 신빙성을 부인하는 한나라당측 주장에 대해 “도둑(병역비리)을 잡았으면 그만이지 그것을 잡은 놈(김씨)이 과거에 ‘도둑놈’이었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이나 이를 방어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머릿속에 정쟁(政爭)에서 이겨야 한다는 집요함만 자리잡고 있을 뿐, 지켜보는 국민의 눈은 아예 안중에 없다는 점이다.
대통령선거의 주요쟁점을 둘러싼 공방의 승패가 ‘국립대학 출신’ 들의 ‘입’에 좌우될지 모른다는 우리정치의 현실이 암담하고 한심한 느낌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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