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도술 否認' 속히 진실 밝히라

  • 입력 2002년 8월 13일 18시 54분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 수사의 핵심은 김대업씨가 가장 유력한 증거라고 내놓은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데로 모아졌다. 그러나 당시 수사관계자와 녹음 테이프에 관련된 사람들의 진술이 엇갈려 사실관계를 종잡기 어렵다.

‘김대업 테이프’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국군수도병원 의정 부사관 출신 김도술씨가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에 관해 진술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김도술씨는 김대업씨에게 조사받은 적도 없고 병역비리에 관해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김도술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테이프는 조작된 것이고 김대업씨가 제기한 병역비리 의혹은 그 골간이 무너져버린다.

이 테이프가 김도술씨의 것인지를 가리는 것 자체는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검찰이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와 통화해 녹음한 것과 테이프상의 목소리를 성문 분석해보면 동일인 여부를 어렵지 않게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동일인이 아니라면 해당자들은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테이프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도술씨로 확인되더라도 녹음 당시의 상황이나 편집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김도술씨의 진술이 협박이나 회유 혹은 유도성 질문에 의한 것일 경우에도 김대업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녹음 테이프에 담긴 내용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문제는 그래서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으로 이민간 김도술씨가 한국에 들어와 검찰조사에 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수사관을 미국으로 보내 참고인 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김도술씨의 말대로 테이프가 ‘사기’인지, 아니면 조사 받을 때 말한 것을 지금에 와서 부인하는지를 가려내는 것은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병역비리 의혹 공방은 이미 정치권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건이 됐다. 추후 법정에서 수사결과가 뒤집히는 판정이 나온다면 그로 인한 엄청난 정치적 혼란의 책임은 검찰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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