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95…초이레 (3)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43분


복이와 부선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장수, 성취, 재운…”

“…좋은 색시 얻어 달라고도 빌었고…그럼, 이제,”

“잠깐. 마지막으로 내가”

희향은 갓난아기를 가슴에서 내려 이불 위에 눕히고는 허리를 조심하면서 천천히 이마 위로 두 손을 올리고 무릎을 구부리고 엎드렸다.

“뭐라고 빌었나?” 부선이 물었다.

“말 못합니다” 희향의 목소리가 한숨과 함께 가라앉았다.

아기가 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야가 눈물을 다 흘리네”

“저 조그만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네” 복이가 무명 쪼가리로 눈물을 닦고 옆으로 안아 올리자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이름은?” 부선이 물었다.

“…” 희향은 복이의 팔 안에 있는 자기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보지 않으면 벚꽃처럼 산산이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내 마음은 멍들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멍이. 하지만 그럭저럭 견디고 있다. 이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그럭저럭.

“…” 부선은 두 사람의 침묵에 귀기울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얼른 내 이름 지어 주이소” 복이가 아기의 오른손에 집게손가락을 맡기고 살며시 흔들었다.

“아무 생각 없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희향은 남 얘기를 하듯 말했다.

“아들자식이 태어났는데, 뭐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복이가 호되게 말했다.

“우철 아버지는요?”

“아까까지 가게에 있었는데…” 부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복이의 얼굴을 보았다.

“내가 잠깐 보고 오겠습니다” 희향은 경대 앞에 앉아 머리를 둘둘 말고 길조가 새겨져 있는 은비녀를 꽂으면서 거울 속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녁밥은 내가 짓겠습니다. 오늘이 초이레니까, 우철이하고 소원이한테도 맛있는 거 많이 먹여야지예. 은어 사와서 회 쳐 먹으면 되겠네예. 은어는 이 계절에만 먹을 수 있으니까 못 먹으면 손해다 아닙니까. 부추하고 양파 볶아서, 아아, 쑥떡도 좀 사와야겠네예”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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