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년여 만에 문닫는 새천년민주당

  • 입력 2002년 8월 9일 18시 07분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신당 창당을 결의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도 이를 사실상 수용함으로써 새천년민주당은 2년여 만에 문을 닫게 됐다. 2000년 1월 새 세기를 맞아 ‘천년’을 가자고 만들었던 당의 이름이 민망할 지경이다. 이로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987년 이후 창당했던 5개의 당은 모두 없어지게 됐다. 이는 ‘김대중 시대’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당 창당의 근본 이유는 DJ당의 이미지가 강한 민주당 간판으로는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민주당의 위기의식에 있다고 판단된다.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잇달아 참패한 첫째 원인이 권력 부패에 있는 만큼 보다 확실한 ‘탈(脫) DJ’의 출구를 신당 창당에서 찾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당의 형태가 어떻게 되든 그 주축이 민주당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면 그런 신당이 과연 DJ당으로부터 온전히 탈색할 수 있을지, 또 국민이 그렇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권력 부패에 관한 민주당의 책임 공유 또한 신당으로 변신한다고 희석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점에서 “신당 논의가 김대중 정권의 권력은 계승하고 책임은 회피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정당정치의 기본인 책임정치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의 지적은 옳다.

민주당이 국민참여경선의 결과를 단번에 무효화하는 것 역시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새 당이니까 새 대통령후보를 뽑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당의 논리를 내세우나 스스로 혁명적 정치개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던 국민경선제를 희화화(戱畵化)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정당이 새옷으로 갈아입는다고 다수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구할 수 있겠는가.

50여년 헌정사에 500여개 정당이 부침(浮沈)을 거듭해왔다. 새천년민주당이 거기에 숫자를 더한 것은 우리의 정당정치가 여전히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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