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챔프전 등번호 5번 싸움

  • 입력 2002년 8월 9일 17시 56분


삼성생명 비추미의 통산 5번째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등극일까, 아니면 86년 창단 후 16년 동안 단 한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현대 하이페리온의 새역사 쓰기일까.

11일부터 벌어지는 뉴국민은행배 2002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맞붙는 삼성생명과 현대의 대결은 양팀 등번호 ‘5번’의 싸움. 포인트가드인 이미선(23·삼성생명)과 전주원(30·현대)의 현장 지휘력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미선은 마치 남자선수처럼 돌파와 가로채기를 즐기는 파이터형. ‘여자 김승현’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최근 외곽슛마져 부쩍 좋아졌다.

반대로 전주원은 여우처럼 코트 구석구석 어시스트를 찔러준다. 전주원이 볼을 잡고 있을 때 한 손은 동료들의 위치를 지정해주느라 바쁘다. 실업시절 포함 6년차인 이미선이 12년차인 시드니올림픽 트리플더블러 전주원의 경험을 따라가긴 무리수.

하지만 전주원이 지난해 수술받은 오른쪽 무릎에 자꾸 신경이 가는 것과는 달리 이미선은 두다리에 테이핑 하나없이 펄펄 날아다닌다.

두 선수 모두 승부근성이 남달라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과거 이들의 은사들이 전하는 일화 한 대목들.

이미선을 광주 수피아여중고에서 6년간 지도했던 노완기 감독은 “(이)미선이 중1때 키가 1m51 밖에 안됐어요, 너무 작아 안되겠구나 했는데 워낙 이를 악물고 운동하는 통에 제가 졌지요, 그런데 중3때 1m67로 크더니 고등학교 올라가서 1m74까지 크더라구요. 그때 운동 그만두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지요.”

전주원을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로 끌어들인 이봉학 선일초등교 교장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전)주원이가 선발대회에 참가했는데 190명의 응시자 중 12명 선발에서 떨어졌어요. 농구를 해본 적도 없고 키도 작은 편인데다가 워낙 통통해서…. 낙심할까봐 귤을 하나 줬는데 넙죽 받아 먹더군요. 막히지 않은 성격이 맘에 들어 농구를 시켰는데 항상 제일 먼저나와 맨 마지막에 체육관에서 나가니 실력이 부쩍부쩍 늘었지요.”

둘 다 독종에 성실성마져 지녔다는 얘기다.

국가대표팀에선 사이좋은 선후배이지만 소속팀에선 진검승부를 펼쳐야하는 라이벌.

과연 어떤 ‘야전사령관’이 팀을 더욱 잘 조율해 ‘바스켓 여왕’에 등극할지 두고 볼 일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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