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등번호 위에 선수 이름을

  • 입력 2002년 7월 31일 17시 30분


황보관·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황보관·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2002한일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일본 축구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축구협회장을 바꾸고 대표팀 사령탑에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뒤를 이어 브라질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지코를 앉혔다. 이런 일련의 일본축구협회의 움직임과 더불어 각 프로축구팀 또한 월드컵의 열기를 일본 축구의 발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세계적인 선수의 스카우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관중 중심의 경기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월드컵이 끝난 후의 경기장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서 한국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관전한 적이 있다. 여기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다.

먼저 경기장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하다는 것이었다. 경기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무비카메라를 들고 있는 카메라맨이 시야를 가로막았고,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었다. 축구는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스포츠인데 이런 요인들로 인해 경기를 보는 긴장감이 줄어들었다.

유럽에서는 경기 중에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웬만해서는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동하지 않는다. 다만 흥분이 되어 서서 경기를 보는 경우는 있다. 일본 또한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K리그에서도 이런 자그마한 것부터 조금씩 바꾸어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응원 온 관중을 위해서 등번호 위에 선수들의 이름을 적어 넣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는 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이다. 물론 축구팬이라면 경기에 오기 전 선수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오는 것이 축구를 즐기기 위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 선수들의 이름을 모르는 관중의 이해를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광판에 양 팀 선수의 명단을 적어 넣는 것도 관중을 위한다는 점에서 꼭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사는 오이타의 홈경기를 보러 가면 아직까지 축구 규칙도 잘 알지 못하는 관중이 많다. 하지만 오이타에서는 관중의 입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찾아 없애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기 운영 관계자들 덕분에 초보 축구팬이라도 경기를 충분히 즐길 수가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축구선수들과 붉은악마를 위시한 ‘서포터스’의 응원을 보고 일본사람들은 상당히 부러워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기 위해서 한국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일본인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 경기장 분위기라면 경기의 묘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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