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4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한민국학술원은 25일 기초 학문 육성을 위해 우수학술도서 373종을 선정해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문화관광부도 8월8일 우수학술도서 지원대상을 선정할 예정이고 학술진흥재단은 11월말 발표 예정으로 동서양학술명저 번역지원을 위해 신청을 받고 있다.
문화부와 학술진흥재단의 사업은 연례적이나 올해 각각 1억원과 5억원의 예산이 늘어났으며 학술원의 첫 지원 사업 예산은 무려 48억원이나 된다.
이는 기초 과학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지식 기반 사회의 토대가 되는 기초 학문의 재생산 체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으나 한편에선 개선점도 제기하고 있다. 》
▼학술도서 지원사업 현황
맨 먼저 우수학술도서 지원 사업을 펼쳐 온 곳은 문화부다. 문화부는 1997년부터 한국출판금고에서 지원하던 사업을 국고사업으로 전환해 지원하고 있다. 매년 약 400종의 도서를 선정해 약 500만원씩 지원한다.
학술원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원으로 올해 처음 시작했다. 올해는 1999년∼2001년 3년간 발간된 도서를 대상으로 373종을 선정해 종 당 1000만∼2000만원을 지원한다. 내년부터 1년 단위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나 교육부의 지원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가 관건.
학술진흥재단은 1999년부터 동서양학술명저번역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매년 약 30종을 선정 지원했고 올해는 약 50종을 선정해 2000∼3500만원씩 지원한다. 지원사업별 예산은 학술원 48억원, 문화부의 22억6000만원, 학술진흥재단의 15억 등 모두 86억6000만원으로 학술도서 출판 분야에서는 ‘엄청난’ 금액이다.
▼반응 및 파급 효과
상업성 없는 학술 도서의 출판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계는 고무되고 있다. 학술원에서 심사위원을 맡았던 임희섭 고려대 교수는 “저서를 내면 지방의 공공 도서관에서 기증을 요청하는 전화가 오지만 매번 응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 사업은 학술서적 출판사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도서구입 예산이 부족한 도서관을 활성화하고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의 지원사업이 학계 원로로 구성된 학술원에 맡겨진 것도 의미가 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태길 학술원 부회장(전 서울대 교수)는 “학술원이 이 사업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학술계의 중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방식의 다양성 필요
문화부의 지원사업은 학술 도서를 출판하는 일 자체를 지원하고 학술원의 사업은 기초학문 토대의 육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두 사업의 취지는 다소 다르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같기 때문에 지원 방법은 모두 학술도서를 구입해 도서관에 배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출판사에 70%, 도서구입에 30%로 나눠 지원하던 문화부도 올해부터 전액을 도서 구입에 투여하기로 해 학술원과 똑같은 방식을 택하게 됐다.
학술전문 출판사인 예문서원의 오정혜 대표는 “문화부의 도서구입지원금 500만원에 맞추다 보면 출판사에서 손해를 보면서 다시 재판을 찍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지적하며 “지원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정기준의 차별성 및 공정성
학술원 측은 선정 기준에서 문화부보다 기초학문 분야에 더 치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출판사들은 두 기관의 선정 도서에서 차이를 체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선정의 공정성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 문제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 중에서도 해당 출판사의 평가와 다른 책이 선정되기도 했고, 특정 대학 출신 저자의 책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태학사의 변선웅 편집장은 “그 많은 학술서적을 한두 달 안에 읽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설 기구를 만들어 출판사에서 납품되는 책을 차분히 선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사업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신청 도서 중 선정 비율은 10∼15%에 불과하다. 학자들은 “학술 출판은 시장 경제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므로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