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 건강법]“열성유전자는 누구에게나…”

  • 입력 2002년 7월 21일 17시 20분


(사진:원대연기자)
(사진:원대연기자)
“23쌍의 책장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고 칩시다. 이 도서관은 조금 특이해서 책장이 하나 더 있거나 덜 있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책장에 책 한 권이 빠져 있어도 문제입니다. 나아가 특정 책 속의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에 오타가 생겨도 도서관은 ‘중병’을 앓을 수 있죠.”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 클리닉의 유한욱 교수는 대물림되는 유전병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사람의 몸과 염색체, DNA를 각각 도서관과 책장, 책 속의 내용에 비유한 것. 이중 염색체나 DNA 어느 쪽에 문제가 있어도 유전병이 생길 수 있다.

이달초 광주에서 한 남자가 자신과 같은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전병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유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에서 윌슨병이라고 오보를 했지만 보도된 내용만 들어보더라도 이들 부자는 유전성 신경질환 환자”라면서 “유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지, 무관심 냉소적인 시각이 이런 사건을 낳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유 교수가 이끄는 의학유전학 클리닉은 유전성 신경질환을 비롯해 1500여개에 이르는 유전병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곳. 소아과 전문의인 유 교수 이외에 유전병의 진단과 검사를 맡고 있는 서을주, 산부인과 김성훈, 소아과 신염림 교수가 진료를 맡고 있다. 또 유전상담 전문 간호사와 3명의 임상병리사, 3명의 연구원이 있다.

클리닉은 99년 세워져 매년 2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3000건 이상의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다.

진료팀에 따르면 사람의 몸 속에는 3만여개의 유전자가 있으며 단일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 수만 6000여종에 이른다. 이중 진단과 치료의 대상이 되는 유전병은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이 밝혀진 1500여종.

윌슨병과 고셔병, 다운증후군 터너증후군 골형성부전증 실버러셀증후군 누난증후군 연골저형성증 미세결실증후군…. 의학유전학 클리닉을 찾는 환자의 질병은 대부분 이름도 생소한데다가 환자 수도 많지 않은 희귀병이다.

유전병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계력. 환자를 중심으로 보통 3대에 걸친 가계도를 그린 뒤 병이 대물림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환자가 임신되는 순간부터 출생 뒤 발달 과정까지 꼼꼼히 따진다.

이후 염색체 및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실제로 유전자 이상이 있는지 밝혀낸다. 유전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을 때는 임신 9∼11주 정도에 태반의 일부를 채취해 분석하는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를 통해 염색체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치료는 외과적인 수술이나 약물 투여, 골수이식 재활치료 등 유전병의 종류와 증상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이용된다. 기형의 정도가 심해 몸의 이곳 저곳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진료팀은 치료의 우선 순위를 정해 다른 진료과 교수와 협동 진료를 한다.

상당수의 유전병이 현재까지 적당한 치료법이 없는게 사실. 그러나 일부 유전병은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가 가능하고, 일부는 정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진료팀은 설명했다.

“누구든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7, 8개의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 겉으로 ‘발현’만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어느 누구가 유전병을 가진 가족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유 교수는 유전병 환자의 치료에서 사회적 냉대가 무엇보다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가 유전병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분노와 자책에 빠지는데 여기에 대물림되는 병을 가진 집안이라고 사회적으로 ‘낙인’을 찍히면 치료 의지마저 꺾일 수 있기 때문.

의학유전자 클리닉은 최근 ‘선천성 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 연구센터’를 마련했다. 그동안의 진료 및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국책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선정돼 연구센터를 연 것. 앞으로 매년 7억원씩 10년 동안 국가연구비가 지원될 연구센터에서는 이미 유전자 진단칩 개발 등 희귀 유전병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유전병 치료 대가들…유한욱 김현주 김철민 교수등 명성▼

유전병은 종류가 많은 대신 환자가 적은 ‘희귀병’인데다가 진료와 연구를 담당하는 의사도 많지 않다. 병을 고치는데 시간과 돈, 노력이 많이 들고 환자의 병력과 가족력 등에 따라 ‘맞춤 진료’를 해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현재 국내에서 유전병 치료의 대가로는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유한욱 교수와 아주대병원 임상유전학클리닉의 김현주 교수가 꼽힌다.

유전병은 기형 증세를 다른 과보다 일찍 발견할 수 있는 산부인과와 소아과 전문의가 주로 진료를 한다. 최근에는 임상유전학과로 독립한 진료과가 생기는 추세. 부산대병원 생화학교실 김철민 교수는 유전 질환에 대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에서는 인터넷 홈페이지(www.kodc.or.kr)를 통해 각종 유전질환에 따른 전문의들을 소개하고 있다.

유전병 관련 전국의 명의
진료과이름소속전화
소아과유한욱울산대 서울아산02-3010-4701
이동환순천향대02-709-9341
진동규성균관대 삼성서울02-3410-2260
이홍진한림대 춘천성심033-252-9970
산부인과문신용서울대02-760-2381
양영호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140
이숙환포천 중문의대 차병원02-3468-3470
임상유전학과김현주아주대031-219-5903
이진성연세대 신촌세브란스02-361-6160
조율희한양대02-2290-8285
생화학교실김철민부산대051-240-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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