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오라! 축구장으로…보라! 달라진모습

  • 입력 2002년 7월 17일 17시 43분


“팬 앞에선 양보 없다.” 안양 LG 이영표(오른쪽)가 14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최성용을 밀치며 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연합
“팬 앞에선 양보 없다.” 안양 LG 이영표(오른쪽)가 14일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최성용을 밀치며 볼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연합
전북 현대모터스 조윤환 감독은 최근 팀 간판스타인 김도훈을 2군으로 강등시켜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김도훈에게 약간의 부상이 있기도 했지만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채찍을 꺼내든 것이다.

조감독은 “모처럼 그라운드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있는데 프로 선수들이 불성실한 플레이를 하면 이는 곧 관중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김도훈의 2군행 이유를 설명했다. 앞으로도 누구든 팬에게 불성실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제2, 제3의 김도훈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게 그의 말이다.

한국 프로축구(K리그)가 바뀌고 있다. 강력한 압박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매경기 스탠드를 가득 메운 축구팬을 즐겁게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워킹 게임(Walking Game)’이라고 혹평했던 예전의 프로축구는 어느새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K리그가 이처럼 대변신을 하게된 원동력은 2002월드컵 이후 매 경기일마다 10만명을 넘어서는 관중들의 열기 때문.

김호곤 부산 아이콘스 감독은 “관중들의 우레같은 함성속에 지도자나 선수들의 의욕이 넘치고 있다”며 “선수들도 분위기를 타면서 자기가 갖고 있는 기량 이상을 펼쳐보이며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 “이 기회에 한국축구를 살리자”는 공감대까지 형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관중들의 열기는 곧바로 K리그 홈경기 승률을 수직 상승시키고 있다. 아직 팀당 2,3경기씩밖에 치르지 못했지만 무려 8개팀이 홈에서 꿀맛같은 승리를 맛봤다. 이는 지난해 대부분 팀이 홈경기 승률 50%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변화.

홈에서 1승1무를 기록한 조윤환 감독은 “솔직히 월드컵 전에는 홈어드밴티지란걸 느껴보지 못했고 어웨이 경기때도 별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어웨이 경기때 3만여 홈관중의 일방적인 함성에 주눅이 들어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국내 축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K리그가 비로소 유럽형 프로리그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 경기 강력해진 압박축구도 월드컵 효과의 하나. 세계 최고의 축구 잔치를 안방에서 직접 지켜본 국내 축구계가 세계 축구 흐름에 발빠르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풀이다. 팀 전술도 과거엔 팀간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올시즌 K리그에서는 각 팀이 모두 독특한 변형 전술을 들고 나와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는 98프랑스월드컵 직후에도 르네상스를 맞았지만 당시는 신세대 스타들을 주축으로 한 ‘오빠부대’의 거품이었다는 풀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은 다른 것 같다”는게 국내 지도자들의 공통된 의견. 팬과의 교감속에 월드컵 스타, 노장 스타, 신세대 스타, 용병들이 불꽃같은 기량 경합으로 축구 자체의 질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래저래 올 여름 프로 그라운드는 역대 어느해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