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씨는 비록 ‘이용호 게이트’에 동생이 연루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하기는 했으나 이 나라의 가장 강력한 법 집행기관인 검찰을 지휘하던 사람이다. 검찰의 권한과 책임이 워낙 막중하기 때문에 검찰총장에는 자리에 걸맞은 품격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기용돼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신 전 총장의 이번 행위는 그가 자리에 적합했던 인물인가를 의심케 한다.
신씨가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기밀 누설 여부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혹 그때도 검찰에 큰소리를 치고 후배검사들을 위협한 것은 아닐까. 그는 총장 재임 시절인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각종 게이트 부실 수사와 의혹을 따지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거부했었다. 말로는 검찰의 독립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상관이었던 전력을 무기 삼아 후배 검사들의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은 그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8개월도 안 되어 퇴진했지만 한때나마 그런 사람이 검찰의 총수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검찰은 신씨의 수사기밀 누설 혐의를 포착한 것은 물론 울산지검의 평창종합건설 뇌물 공여 혐의 내사 종결 과정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신씨의 부당한 위협에 밀려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가 약해지는 불행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