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전-월드컵…운명적으로 만난 '士耳其' '터키'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33분


◇ 터키/이희철 지음/288쪽 1만2000원 리수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있는 나라 터키. 터키를 ‘동서양의 교차점’이라 일컫는 것은 지리적인 요인뿐 아니라 동서 문명이 만나면서 빚어낸 조화로움 때문이다.

주(駐) 터키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저자는 신화와 성서의 무대였던 터키의 면면을 차근차근 파헤쳐간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터키의 과거와 현재를 읽어 내려가는 것은 파묻힌 역사의 보물을 캐내는 과정.

다양한 문명이 등장했던 터키는 인류 문명의 박물관, 세계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신화 속 미다스 왕의 고분, 트로이 목마,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는 아르테미스 신전과 마우솔로스 능묘 및 노아의 방주가 묻힌 아라랏산,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7대 교회도 터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20년대 후반 이스탄불의 페라 팔라스 호텔에 묵었던 추리소설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잃어버린 호텔방 열쇠와 미스터리에 빠진 11일간의 행적, 터키석은 터키에서 생산되지 않는다는 얘기, 물고기가 피부병을 치료해주는 온천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도 중간중간에 쏙쏙 숨어있다.

연세 드신 분들에게 한자식 표현인 ‘토이기(土耳其)’로 기억되는 나라, 터키는 한국과도 운명적인 유대 관계를 가졌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주변 강대국의 이해 관계로 인해 빈번하게 침략의 대상이 되었던 것부터 유사한 언어와 한국 전쟁으로 맺어진 인연에 비해 아직 한국인의 가슴에 쉽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나라는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것.

택시 운전기사가, 시골 여행길에 들른 작은 잡화 가게 할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손을 꼭 잡아 주었다는 일화는 이 책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게 만든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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