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뛴 월드컵]<8>KAL승무원 장현경씨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55분


“내가 모시는 분들에 의해 한국의 이미지가 세계에 알려진다고 생각하니까 그분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친구 같은 나라’로 느껴지도록 외국인 승객들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대한항공 여승무원 4년차인 장현경(張賢景·27·서울 강서구 등촌동·사진)씨.

그는 월드컵기간 중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5월 초부터 본격적인 월드컵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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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에 대비해 기본적인 인사말 등 간단한 중국어 회화를 공부하고 대학 시절과 신입사원 교육 때 익힌 영어와 일본어 실력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또 비행 시간이 평소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거의 매일 헬스와 수영, 산책 등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이와 함께 비행에 들어가기 한 시간 전부터 승객들을 정성껏 모시기 위한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수십번씩 외쳤다.

그는 이번 월드컵기간 중 국제선 3편을 포함해 13편의 비행기에 탑승해 수많은 내외국인 승객을 모셨다. 장씨는 외국인 손님 중 6월3일 오후 브라질과 터키의 예선전을 보기 위해 대한항공 전용기를 탄 ‘축구황제’ 펠레가 운영하는 ‘펠레 컴퍼니’의 임원진 8명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온 귀한 손님이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했습니다. 이들은 경기가 브라질의 승리로 끝난 뒤 다시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승무원들의 손등에 뽀뽀를 하고 껴안는 등 너무 기뻐했습니다.”

대전에서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린 6월18일 인천발 로스앤젤레스행 오후 3시 비행은 그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오후 2시반부터 탑승하기 시작한 승객들은 대부분 8강전 TV 생중계 여부를 물었고 이때마다 그는 “비행 중에는 생중계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골이 터지는 장면 등 주요 상황을 바로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승부가 나지 않자 승객들은 물론 저희 승무원들도 애가 탔습니다. 결국 승부차기로 우리가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수만 피트 상공을 날던 기내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대∼한민국’을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장씨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그동안 무관심했던 축구를 좋아하게 됐지만 무엇보다 ‘최일선’에서 우리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전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것에 자긍심과 애착을 느꼈습니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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