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프로야구 ‘왼손천하’…투타 13개부문서 1위

  • 입력 2002년 6월 30일 17시 11분


세계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일이 있었을까.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축구에 쏠려 있는 월드컵 기간동안 프로야구에는 일대 격동이 일어났다.

전체의 21%인 99명에 불과한 왼손잡이 선수들이 연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상하는 개인타이틀 투타랭킹 14개 부문에서 13개를 휩쓰는 ‘정변’을 일으켰다. 유일하게 오른손잡이의 자존심이 지켜지고 있는 보루는 두산 진필중이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구원부문 하나뿐.

가히 ‘왼손 천하’라 불릴 만한 이들의 반란은 삼성 이승엽의 방망이 끝에서 비롯됐다. 가공할 장타력에 올해부터는 정교함까지 겸비한 이승엽은 6월들어 각종 타격 선두를 야금야금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홈런 타점 득점 장타력의 4개부문 1위에 올랐다.

왼손으로 뛰는 것은 아니지만 도루에서 두산 정수근(23개)이 기아 김종국(22개)과 이종범(20개)을 제치고 모처럼 선두에 복귀한 것도 왼손 전성시대를 여는데 한 몫을 했다.

나머지 타격부문도 왼손잡이 천국이다. 타격은 1위인 한화 이영우부터 2위인 이승엽, 3위인 LG 김재현, 4위인 기아 장성호까지 ‘빅4’가 모두 왼손잡이다.

출루율은 이들 4명에 두산 심재학이 5위에 가세해 있는 상태. 오른손 선수가 끼어들기에는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그나마 홈런에서 삼성 마해영(26개)이 이승엽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라있는 게 타격부문의 유일한 희망이다.

투수부문도 다승은 두산 레스(11승)가, 평균자책은 한화 송진우(2.48)가, 탈삼진은 SK 이승호(93개)가, 홀드는 두산 차명주(12개)가 제법 한발짝씩 달아나 있는 상태.

구원부문은 진필중이 20세이브포인트로 멀찌감치 앞서 있지만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5월 중순들어 국내에 복귀한 LG 이상훈이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10세이브포인트를 올리며 맹렬하게 추격중인 때문이다.

어쩌면 올 프로야구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또 하나의 진기록을 낳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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