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유럽선수들이 본 한국과 일본

  • 입력 2002년 6월 28일 21시 15분


유럽선수들은 한국과 일본의 기후 및 경기장, 그리고 서포터들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월드컵도 이제 두 경기만을 남기고 있다. 경기후 선수와 감독들이 남긴 말속에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2002월드컵을 가늠해 보았다.

3경기가 열린 삿포로 경기장. 눈이 많이 내리는 날씨에도 끄떡없도록 실내구장으로 설계됐다. 지난 3일 열린 이탈리아대 에콰도르전. 경기장엔 저녁 무렵부터 세찬 빗줄기가 내렸다. 그러나 경기장에 공기조절 기능이 있기 때문에 비로 인한 영향은 없었다.

이탈리아의 수비수 네스타는 "경기장이 별로 마음에 안든다.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 플레이하는 편이 낫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서포터들도 그럴 것이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전에서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의 에릭손 감독은 "이 경기장은 미래의 축구를 보여준다. 잔디가 매우 좋고, 바람, 햇빛도 없어 경기결과를 날씨 탓으로 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며 격찬했다.

폐막식은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오이타 경기장에서 열린다. 튀니지와 벨기에전이 있던 지난 10일 오후부터 비가 내렸다. 한동안 지붕이 닫혔고 오후6시 경기시작 바로 직전 지붕은 열렸다. 이 때문에 경기 전반 선수들은 찜통같은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해야 했다.

벨기에의 포워드 송크는 "처음엔 지붕이 닫혀있어 더웠어요. 열려있는 편이 좋아요. (유럽과는)매우 기후가 틀리군요."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무더위는 유럽, 특히 러시아팀을 지치게 만들었다. 특히 오후 3시는 지옥의 시간대였다.

크로아티아의 포워드 슈케르는 지난 3일 니가타에서의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패하고 난후 "기온과 습도가 높아 힘들었다. 오후 3시반 경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한국의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덴마크와 세네갈전 역시 오후 3시반. 경기 시작전 기온은 33도. 이날 경기는 1대1의 무승부로 끝났다. 덴마크의 포워드 산은 "이런 무더위속에선 힘을 낼 수 없다. 세네갈은 비슷한 환경에서 경기해왔기 때문에 괜찮을지 몰라도 유럽인들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랑키아에르도 "지금껏 이런 더위 속에서 플레이 한 적이 없다. 대구는 가장 더운 도시 아닌가. 날씨탓으로만 돌려서도 안되겠지만…"이라고 밝혔다.

세네갈은 지난16일 오이타에서도 오후3시반 경기를 가졌다. 더위를 느끼지 못한 세네갈과는 대조적으로 상대팀 스웨덴 선수들은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물을 마시러 달려가 벤치 앞엔 종이컵이 흩어져 있었다.

스웨덴의 포워드 알베크는 "이렇게 습도 높은 곳에서 플레이 한 적이 없다"며 지친 표정.

지난 5일 고베에서 2대0으로 튀니지를 이겼지만, 움직임이 좋지 않다고 지적받은 러시아의 미드필더 알레니체프는 "오늘 무척 더웠다. 러시아에선 보통 낮에 경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베 경기장의 기온은 30도, 습도는 51%였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일본에게 첫 홈 경기였다.

벨기에의 포워드 스트루파트는 일본의 응원에 대해 "대단하다. 이런 응원은 본 적이 없다. 지구 정 반대편에 있으니까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했고 또 일본에 0대2로 패한 튀니지의 골키퍼 붐니젤은 "최소한 무승부로 끝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오사카 서포터들의 응원은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한국에 0대2로 패한 폴란드의 엥겔감독은 "한국축구는 유럽과 전혀 다르다. 유럽에서는 기회가 왔을 때 응원이 커져가는데 한국에선 선수가 공을 잡으면 벌써 응원이 시작된다. 선수들에겐 관객이 응원을 하더라도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놀랄 필요 없다고 말해두었다. 정말 대단한 응원이었다. 유럽 선수들에게는 독특한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경기 외의 분위기에 대해 에콰도르의 고메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인은 매우 친절하기 때문에 호감을 갖고 있긴 하나 아시아국가엔 전통적인 축구가 없다. '야구의 나라'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 경기장에는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열정적인 축구 서포터가 없다. 일본은 차가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온통 붉게 물들인 한국의 응원. 준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진 스페인의 수비수 푸욜은 "한국 서포터들에게 둘러싸여 플레이하는 것은 힘들었다"고 했고 나달은 "서포터들이 대단했다. 역시 홈 경기에선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흘렸다.

한편 한국의 황선홍은 "국민 모두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에 있는 것은 우리들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사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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