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게이트' 꼬리 보인다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4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남 김홍업(金弘業)씨의 친구 김성환(金盛煥)씨가 당시 검찰 고위층에게 청탁해 3명의 경제사범에 대해 축소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은 대형 검찰 게이트를 예고하고 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김성환씨의 혐의사실을 살펴보면 두 건은 김씨의 청탁대로 진행돼 거액의 성공 사례금까지 전해진 것으로 나타나 검찰의 부당한 수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씨만 구속하고 축소수사를 지시한 인물에 대해 조사하지 않는다면 이는 법집행을 왜곡하는 것이다. 전 검찰 고위층이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하 검사들에게 지시해 축소수사를 했다면 그 자체가 법질서를 뒤흔드는 엄청난 범죄행위이며 당사자는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김씨는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의 불구속 기소, 울산지검의 평창종건 내사 무마를 성사시키고 9억5000만원을 받고 M주택 대표의 조기석방 대가로는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김씨가 사건을 청탁했던 전 검찰 고위층에 관해 진술까지 한 이상 검찰은 이 고위층은 물론 해당 사건의 관할 검사장과 담당 검사 등을 조사해서 청탁이 이루어진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 이번 청탁에 김홍업씨가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은 다른 부처의 공무원 범죄와 달리 ‘제 식구’의 비리 사건이 터지면 감싸기로 일관하는 습성이 있다.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수사 기밀을 알려준 의혹을 받는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이 한 차례 조사만 받은 채 처리가 무한정 지연되고 있는 것도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또 부패방지위원회에서 고발한 전직 검찰 간부와 현직 검사에 대해서도 검찰이 잠정적으로 불기소할 것으로 알려지자 부방위가 법원에 재정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이런 식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남용돼서는 안 된다. 검찰이 수사하기가 어렵다면 특검이라도 발족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