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현철씨 명예 회복이라니…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53분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진다.

공교롭게도 5년 전 이맘때에는 당시 대통령의 차남이 그 자리에 있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賢哲)씨는 그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주임검사가 그에게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가 죄인’이라는 내용의 성경 욥기의 한 구절을 읽어주자 그는 ‘주여, 이 곤경에서 이 목숨 건져주시고 나를 억누르는 자들을 멸하소서’라는 내용의 성경 시편 143장을 펼쳐 보였다.

그 현철씨가 다시 국민 앞에 나타났다. 그는 14일 수행원과 함께 경남 마산시에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고 주소 이전까지 마쳤다고 한다. 8월 8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다.

현철씨와 그의 측근들은 이번 재선거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철씨가 회복할 ‘명예’는 무엇인가. 그는 당시 검찰 수사에서 업체 등에서 66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기소됐다. 대법원은 99년 4월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깨기는 했지만 유죄 취지로 판결했으며 특히 66억여원 가운데 17억여원은 이권 청탁과 관계된 돈이라고 확인했다.

같은 해 6월 그는 서울고법의 파기 환송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자 대법원에 재상고하는 것을 포기했다. 특별사면을 받기 위한 사전조치였지만 스스로 ‘명예회복’의 기회를 접은 것이다.

그해 8월 예상대로 현철씨에 대한 특별사면이 있었고 그 사이에 또 다른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가 잉태되고 있었다. 이대로 역사가 반복된다면 홍업씨 등도 5년 후 어디에선가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출마를 준비할지도 모를 일이다.

5년 전 현철씨가 펼쳤던 성경 시편의 같은 장에는 ‘주여, 내 영혼이 피곤하나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전현직 대통령 아들들의 행태를 바라봐야 하는 국민의 영혼이 그런 상태 아닐까.

이수형기자 사회1부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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