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홍순경씨의 회고 "한국 꼭 승리할것"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1분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기고 8강에 올랐듯이 한국도 반드시 그럴 겁니다.”

2000년 10월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으로 있다 한국으로 망명한 홍순경(洪淳京·62·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씨는 18일 대전에서 열릴 한국-이탈리아전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홍씨는 “무역성 지도원으로 근무하던 1966년 런던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은 중계하지 않았지만 포르투갈과의 8강전은 전국에 라디오 중계를 했다”며 “동료 30여명과 함께 오전 3시까지 숙소에서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고 술회했다.

홍씨는 “이탈리아전에서 승리한 뒤 당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 당시 북한 최고의 아나운서로 꼽혔던 이상벽씨가 런던으로 급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월드컵이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물론 이탈리아라는 국가명까지 북한 주민들에게는 생소했던 이름. 그러나 주민들은 라디오가 있는 집에 삼삼오오 모이거나 마을용으로 설치한 전봇대 스피커 아래에 수십명씩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방송을 들었다고 그는 전했다.

홍씨는 런던월드컵 이후 북한 축구가 발전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박두익 신영규 등 축구대표팀 주역 대부분이 귀국하자마자 런던에서 여자문제로 과오를 범했다고 지방으로 쫓겨났다”며 “그 사람들을 잘 키웠다면 북한 축구가 엄청나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표팀은 전체가 평양에서 살 정도로 출신 성분이 좋았던 사람들”이라며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사면돼 돌아올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펠레라는 이름을 이 중계를 통해 처음 들었다”며 “당시 출전했던 펠레의 알(골) 장면 묘사를 들으며 동료들이 울고 웃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홍씨는 “당시는 아쉽게도 북한-이탈리아전을 볼 수 없었지만 이번 한국-이탈리아전은 TV를 통해 반드시 관람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긴 것처럼 한국이 이탈리아를 넘어 8강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과학기술 참사관으로 근무하던 2000년 10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현재 국가정보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과 탈북자들의 모임인 탈북자동지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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