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업씨 수사 국민이 지켜본다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32분


검찰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남 홍업(弘業)씨를 월드컵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19일 소환하기로 함에 따라 진척이 지지부진하던 이 사건 수사가 마지막 단계의 사법처리로 접어들었다. 월드컵 기간이 지난 뒤 소환하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검찰이 당초 방침과 달리 갑자기 홍업씨를 소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처음부터 월드컵과 홍업씨 수사의 속도 조절을 연계하는 전략으로 수사의 독립성을 의심받게 한 것은 잘못이었다. 검찰은 그동안 입을 굳게 다물었던 측근들이 입을 열기 시작해 홍업씨의 알선수재 혐의를 입증하는 관련자 진술을 상당수 확보했기 때문에 소환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외의 눈이 월드컵에 쏠린 사이에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사법처리하면 이목의 집중을 다소 완화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분명한 것은 월드컵이 대통령 아들의 권력형 비리를 묻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이 조기소환을 결정하게 된 이면에는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것이 대통령 아들의 비리사건 때문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면 더 이상 홍업씨에 대한 혐의내용을 축소하거나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홍업씨의 차명계좌에는 대선자금 잔여금도 상당액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격상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지만 현직 대통령이 당선됐던 선거와 관련된 것이니만큼 그 진상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

홍업씨의 직책이 아태재단 부이사장이었으므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알선수재 혐의와 아태재단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수사가 미진해 청문회 특검 재수사 등으로 이어지는 관행을 상례화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숨김없이 단번에 털고 넘어가는 것이 청와대나 검찰로 볼 때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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