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방위산업은 미국 사냥터'

  • 입력 2002년 6월 6일 23시 17분


한국의 차기전투기(FX)사업 경쟁에 나섰던 프랑스의 다소사(社)가 입찰 탈락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제기한 데 이어 네덜란드도 자신들이 관련된 한국 해군의 차기 구축함(KDXⅢ)전투체계 선정사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첨단무기 도입사업은 예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검은손’들이 끊임없이 개입하려 들고 그러다 보면 천문학적인 ‘검은돈’이 거래되기도 한다. 우리 국방부가 97년 처음으로 외국무기 구매에 공개입찰 방식을 도입한 이유도 사업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검은손’의 개입을 차단하자는 뜻에서였다. 또 무기의 성능과 가격을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해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공개입찰도 특정업체에 대한 폭로 비방전이 터무니없게 전개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첨단무기 도입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수의계약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과거처럼 ‘검은손’의 개입과 ‘검은 거래’를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문제는 공개 입찰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소사나 네덜란드 측은 입찰과정상의 불공정경쟁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미국 측 업체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있고 무기체계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 같은 특수한 관계마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외국 업체는 당연히 한미 간의 ‘상황적 특수성’을 감안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공개입찰을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오죽하면 한국의 방위산업이 ‘미국의 사냥터’라는 험한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그런 마당에 정부는 미국 측과 얼마나 능률적인 교섭을 했으며 또 미국 측은 한국의 입장을 얼마나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차제에 심각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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