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6월 5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박수 다섯 번을 친 후 ‘대’자를 길게 내지르고 ‘한 민 국’을 강하게 끊어 발음하는 ‘대한민국’구호는 붉은 악마가 결성된 1995년 12월 만들어져 응원전에 사용돼 왔다. 초기에는 ‘대한민국’ 대신 팀 이름에 연고지를 붙여 사용하기도 했다. 수원 연고의 삼성 축구팀을 응원할 경우 ‘수∼원 삼성’하는 식이다. ‘붉은 악마’의 인터넷홈페이지(www.reddevil.or.kr)에 올라있는 ‘대∼한민국’ 초기 구호는 지금과 비슷하게 북소리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붐’ 등 월드컵 공식 주제가를 제치며 휴대전화 벨소리로 각광받는 ‘오∼필승 코리아’는 1997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한일전을 앞두고 등장했다. 당시 ‘아리랑’ 등을 주로 불렀던 붉은악마들이 한국팀의 승리를 ‘적시’한 응원가를 찾다가 부천 SK축구팀 응원단의 제의로 만들게 됐다.
붉은 악마는 ‘코리아’를 Corea로 표기하는데, 이는 한국이 고려(Corea)때부터 유렵에 알려졌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붉은악마들이 만들어 ‘구전(口傳)’돼오던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는 SK텔레콤이 3월말 CF에 사용하면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초기 이 응원가는 단순한 박자에 ‘오 필승 코리아’를 변주없이 반복했다. 하지만 작곡가 윤일상이 강렬한 록으로 편곡한 노래를 로커 윤도현이 특유의 포효하는 목소리로 부르자 단숨에 ‘월드컵 송’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들 구호와 응원가가 뜨게 된 이유로 단순하면서도 흥겨운 리듬감을 들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은 강한 긴장감의 ‘싱코페이션(당김 박자)’ 박수를 사용해 흥을 돋운다는 것.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남도 민요를 연상케하는 장단에 짙은 민중적 요소가 뒤섞여 있어 한국 정서와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필승 코리아’도 제목이 세 번 반복되면서 점차 클라이막스를 향하고 있어 응원가로서는 제격이라는 평. 두 번째 반복되면서 한 음을 내려 긴장을 고조시킨 후 다시 치고 올라 응원가 특유의 ‘반복과 고조’의 묘미를 살린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다는 박문선씨(31·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TV에서 볼 때와는 달리 직접 불러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며 “점차 솟구쳐오르는 리듬이 몸속의 아드레날린을 서서히 분출시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후렴구에 ‘올레(Ole·가자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이전보다 강조한 것도 효과가 있다는 분석. 축구칼럼니스트 정윤수씨는 “‘올레’를 ‘스타카토’처럼 강하게 끊으면서 몸을 앞으로 굽히는 동작이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